타이슨 레이번 ‘찰나의 순간’전… 수직·수평 구도서 찾은 기하학적 재미
타이슨 레이번 ‘찰나의 순간’전… 수직·수평 구도서 찾은 기하학적 재미
  • 황인옥
  • 승인 2019.03.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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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만난 인물사진 26점
대상과 환경의 관계성 집중
타이슨 작
타이슨 작.

얘기하지 않았으면 대구인지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휴대폰으로 보여주는 사진들의 아우라 때문이다. 흡사 세계유명 건축가의 건축물 사진 같았다. 대상의 일부를 모던하면서도 이지적으로 포착한 특징을 보였다. 타이슨 레이번(사진)이 “대구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신세계백화점, 강정보 디아크”라는 설명을 덧붙이자 그제야 낯익은 느낌이 왔다. 심지어 서문시장과 동화사, 김광석거리, 경주를 촬영한 사진에서도 장소가 품고있는 정서는 배제돼 있었다. 동양적인 정서는 담았으되, 장소가 가진 질펀함의 물기는 뺐다. 타이슨은 개별성보다 보편성에 집중하는 작가처럼 여겨졌다.

“렌즈로 대상을 포착했을 때 전체적인 느낌보다 디테일에 집중한다. 특이하고 독특한 구도를 선호해요. 다분히 이성적인 접근법이다.”

사진작가 타이슨 레이번 개인전 ‘Life in a Second(찰나의 순간)’전이 16일부터 30일까지 +852 갤러리카페(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282)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대구 곳곳에서 만난 인물 사진 26여점을 건다.

예술은 감정 아니면 이성이다. 어떻게 접근하든 개인 기호 (嗜好)의 문제다. 그렇더라도 국내 공연장르나 시각예술 분야에서 선호하는 정서는 이성보다 감정이다. 감정에 호소할 경우 성공확률은 보다 높아진다. ‘한(恨)’으로 점철됐던 역사적 유전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타이슨은 인물에서 감정을 배제한다. 인물에서 감정을 배제하면 무엇이 남을까 싶지만, 감정이 사라지자 마법같은 상상력이 춤을 춘다. 그동안 감성 중심의 인물 사진에 노출된 빈도가 높았던 탓인지 그의 사진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1초의 샷으로 찍었다. 찍을 때 카메라에 흔들림을 주어서 흔들리는 사진을 얻었다. 우연과 의도가 동시에 개입된다.”

대상을 찍은 사진은 대상이 주인공이다. 사진을 감상할 때 당연히 주인공에 눈길이 간다. 그러나 타이슨의 사진을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그의 미학을 놓칠 수 있다. 그는 대상의 일부만 포착한다. 그리고 대상과 연결되는 주변요소를 대상과 병치시킨다. 대상과 대상을 둘러싼 요소들과의 관계성이 그에게 중요한 미학이 된다. 특히 수직과 수평의 선을 중심으로 면들의 적절한 배치가 관건이다. 건축물이나 사람과 주변환경을 선과 면의 기하학적 관계성으로 엮어내는 것. “6~7년 작업하는 동안 나의 프레임을 찾았다. 대상을 선과 면의 구조 속으로 밀어 넣었더니 사진이 재미있어졌다.”

인터뷰 통역을 부인 이정화씨가 맡았다. 부인과는 6년 연애 후 결혼했다. 타이슨이 애초에 한국에 올 때는 1년 정도 머물 계획이었지만 부인을 만나고 결혼을 하면서 한국생활 16년으로 접어들었다. 그는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실용영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구에 거주한지는 10년째”라고 했다. 사진은 집안 환경의 영향으로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가 광고사진을 찍고, 어머니는 캘리그라퍼다. 형도 사진 관련 책을 낸 사진 전문가다. 그 역시도 대학에서 의류상품디자인 및 기획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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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면으로 통칭되는 사진 속 기하학적 요소들은 나의 전공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진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의 발길이 수없이 지나갔을 대구의 명소들을 찍을 때도 ‘재미있음’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사진들은 그의 말처럼 재미있지 않다. 하나같이 지적이며 세련됐다. 그가 말하는 ‘재미있다’를 짐작컨대 “대구스러움보다 보편인류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서문시장이 불난 후 자주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 불탄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사라진 것들이 있다. 그러나 내 사진에는 예전 모습이 남아있다. 계속해서 대구 사진을 찍고 싶다.” 010-5858-855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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