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볼턴 이어 FFVD 주장
“미사일 시험은 협상에 악재”
대화-압박 양면 메시지 발신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협상파로 분류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북한 비핵화를 일괄 타결하는 방식, 이른바 ‘빅딜’로 진행하겠다고 못박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의 제거에 생화학무기가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핵무기 위협을 제거하면서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고 이는 우리(미국)와 (북한의)인접국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대북협상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를 꺼리는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해 모든 WMD의 제거를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가 점진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보리 결의에도 핵무기와 함께 생화학무기가 적시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 생화학무기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갖는 무게감을 강조했다. 이는 애초부터 미국 정부가 염두에 둔 비핵화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볼턴 보좌관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비건 대표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실행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북한 내 화학무기 문제 해결에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까지 했다.
핵무기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으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IAEA의 관여를 통해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 고위당국자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누구도 단계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언급을 비건 대표가 민간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핵정책 콘퍼런스라는 행사 무대를 빌려 실제로 확인한 셈이다.
앞서 비건 대표는 볼턴 보좌관이 잇단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핵무기를 포함한 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제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을 내세우며 북한에 빅딜 수용을 토대로 한 대화를 촉구할 당시에도 상원 외교위원회에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기는 했지만 비공개로 진행됐고 취재진의 질의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건 대표는 볼턴 보좌관이 등판하면서 미국 입장이 상당히 강경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 “처음부터 미국의 입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험발사를 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기하며 미사일 시험발사든 위성을 탑재한 로켓의 발사든 북미협상을 지속하는 데 ‘생산적 조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간접적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나의 (북한측)상대가 유연하고 기민하고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공간을 진정으로 창출해줄 수 있는 사람이며, 외교는 여전히 아주 살아있다(very much alive). 우리(미국)는 관여를 유지하고 있고 문은 열려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하는 등 북한에 대화와 압박의 양면 메시지를 재차 발신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뒤 비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대북 발언을 한 것은 이날 좌담회가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1월말 스탠퍼드대에서 북한의 단계적 접근과 일맥상통하는 동시·병행적 접근을 제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합의에 기대를 키웠던 주인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 결렬을 거치며 빅딜 접근을 분명히 한 와중에 엇박자를 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