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곳곳 일제 잔재 지명
대구경북 곳곳 일제 잔재 지명
  • 김지홍
  • 승인 2019.03.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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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조사 거쳐 바로 잡아야
박은희 박사 연구결과 발표
“대곡→큰골, 죽전→대밭골”
대구·경북 지역의 일부 행정지명이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남아있어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대곡동·장기동·죽전동, 경북 칠곡군 왜관읍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12일 대구경북연구원 박은희 박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에는 여전히 일본식 동네 이름에 접미어만 바꿔 행정지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우리말 지명이 한자식으로 변조된 사례다. 일제는 솔고개를 송현(松峴), 새터(새마)를 신기(新基), 한실 또는 큰골을 대곡(大谷), 장터를 장기(場基), 대밭골을 죽전(竹田) 등으로 개칭했다. 대구 달서구 송현동·대곡동·장기동·죽전동이 그대로 사용된 것이다. 가창면(嘉昌面)도 장소성과 무관하게 일본식 한자로 바뀐 경우다. 경북에 남아있는 일제 지명은 칠곡군 왜관(倭館)읍으로,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왜관역이 생겼는데 당시 일본인 여관이 많다고 유래된 명칭이다.

박 박사는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 청산과 지역 정체성 제고를 위해 체계적인 지명 조사와 함께 변조된 지명 개정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역에서도 행정지명을 바로 잡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대구 중구의 ‘동성로’는 ‘동성정’(東城町)이었고, ‘덕산동’은 ‘덕산정’(德山町)에서 바뀐 지명이다. 포항시는 일제가 왜곡한 ‘장기갑’을 ‘호미곶’으로, ‘대보면’을 ‘호미곶면’으로 개명했다. 예천군은 단순한 방위의 개념으로 제정된 ‘상리면’과 ‘하리면’을 역사적 고유성을 가진 ‘효자면’과 ‘은풍면’으로, 울진군은 ‘서면’과 ‘원남면’을 ‘금강송면’과 ‘매화면’으로 변경했다. 청송군도 방위에 기초해 만든 ‘부동면’을 ‘주왕산면’으로, ‘이전리’를 ‘주산지리’로 바꿨다.

박 박사는 △대구시·경북도, 지역문화원·향토사학자·교수 등 공동연구단을 구성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읍·면·동·리 명칭 변경의 자체 조례 제정 △지명 되찾기 범시·군민운동본부(가칭) 조성 등을 통해 일제 잔재 지명 변경을 주장했다. 그는 “지명 외에도 생활문화, 제도와 의식, 교육, 문화예술 등 일상 생활 대부분에 일제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를 청산하는 작업도 중장기 과제로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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