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혁법안과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혁법안과 패스트트랙
  • 승인 2019.03.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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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유독 정치인이다. 그 말을 단골로 하는 의원도 있다.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빗댄 말로 이해는 가지만 비교개념이 썩 마음에 내키는 것은 아니다. 생물은 본능이지만 정치는 조작인 경우가 많다. 정치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국민들의 신임을 먹고 살았으면 좋으련만 돈, 명예, 권력 등등 마구잡이 못 먹는 것이 없다. ‘사람은 정치적인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유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사회체제로서의 정치는 그렇지 않다. 정치는 질서를 세우고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정치의 핵심적 가치는 국민생활의 안전이다. 정치와 정책은 동전의 양면으로 정치의 틀 속에서 정책이 만들어 진다.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국가정책을 형성하는 주체들이다. 민주적 의회정치에는 국민들의 염원이 들어있다.

엊그제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현 정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정권을 쟁취할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가 압도적이었다. 늘 그랬듯이 국회의원이 입방아에 올랐다.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것도 국회의원이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본인도 국회의원이란 말을 터놓고 한다. 국회의원을 욕하고 나무라지만 그들 손에서 법률이 제·개정 되고 국가의 주요정책이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국민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지금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의원정수 300명 중 비례대표 75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는 의견 접근을 보았다. 민주당은 당초 비례대표제를 늘리기를 망설였지만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도움을 받아야 일이 많으므로 그들의 주장에 따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3당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조정 관련 입법, 공정거래법 등을 함께 패스트트랙 처리하려는 속셈이다. 이런 가운데 침묵하던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현 300명의 정수를 10% 줄이되 47석인 비례대표 의원을 뽑지 말고 지역구의원을 23석을 늘려 국회의원 수를 270명으로 하자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 놓았다.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하는 4당의 주장을 완전 뒤엎은 것이다.

필자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의원수와 관련성이 별로 없고 낙하산 공천 등으로 지역구와 전국구의 개념이 불확실 하며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 저하 등등의 이유로 국회의원수를 200명 선으로 하자는 글을 수차례 썼다.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주장도 여러 번 했다. 비례대표는 직능별 전문성을 확보하는 수단이지만 그 기능을 상실 한지 오래다. 이정미 정의당대표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자신도 비례로 의원 됐으면서…” 했다는 말을 듣고 비례대표의 위치를 새삼 알 것 같다. 민주당과 야3당의 패스트트랙 계획은 서로간의 빈틈을 채워주려는 정치 놀음이다. 정권을 잡은 뒤 군소 야당과의 주고받고 식 관계를 유지해 온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이상 획득 전망이 어둡고 야 3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승산이 없으므로 정당의 브랜드로 의석을 확보하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이들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까.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설에서 취한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여당의원들의 충성심과 결속력에 새삼 놀랐다. 국회가 대통령 행정부를 무조건 감싸는 것은 자유민주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작전이 어떻게 전개 될지 모르지만 제1야당이 내 놓은 안을 싹 무시하면서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 날치기 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려고 한다면 국민들의 국회불신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국회의 이런 행태를 보면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맞지 않고 공인된 조작의 산물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정당들이 그 흔한 국민여론 조사 없이 선거법을 마구 개정하려는 것은 반국민적이다. 아마도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국민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을 10% 줄이자는 한국당의 주장에 공감을 가진다. 정치는 조화가 생명이다. 정당과 의원들은 오로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선거법 개혁에 임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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