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사람들 대피시키고 불길 갇혔던 ‘의인’
마지막까지 사람들 대피시키고 불길 갇혔던 ‘의인’
  • 장성환
  • 승인 2019.03.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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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빌딩 주민 이재만씨에 경찰 “용감한 시민상 수여”
대보사우나화재의인이재만씨
이재만

“불을 보고 순간적으로 도망치고 싶었으나 사우나 안에 많은 사람이 자고 있어 재빨리 ‘불이야’라고 소리치고 대피시켰습니다.”

87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대보사우나 화재 사건 당시 해당 건물에 살고 있던 주민 이재만(66)씨가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대피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헌신으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하며 차후 용감한 시만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불이 난 대보빌딩 건물 5층에 사는 이씨는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19일 오전 6시께 4층에 있는 대보사우나를 찾았다.

오전 6시 55분께 이씨가 목욕을 마무리하고 매점 직원과 이야기하던 중 남탕 입구 문이 열리면서 업주와 함께 불길이 들어왔다. 이씨는 곧바로 휴게실 등으로 가서 “불이야”라고 외치며 자고 있던 다른 이용객 10여 명을 깨웠다. 이후 헬스장으로 달려가 화재 사실을 알리고 다시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 탕에 있던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혹시 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봐 사우나 안까지 꼼꼼히 확인한 이씨가 마지막으로 나오려는 순간 갑자기 목욕탕 입구 천장이 무너져 다른 남성 1명과 갇히게 됐다. 이씨는 흰 수건을 적셔 입을 막으며 30분 이상 버텼고, 불길이 줄어들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함께 갇혀 있던 남성은 창문으로 뛰어내려 탈출했다.

이씨는 “화재 이후 목이랑 가슴이 아파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아직도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때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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