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다시 찾아온 봄… 그래도 유채꽃은 흐드러졌다네
후쿠시마에 다시 찾아온 봄… 그래도 유채꽃은 흐드러졌다네
  • 황인옥
  • 승인 2019.03.14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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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도요다 나오미 후쿠시마 핵참사 ‘8주년 기록’展
노란 유채꽃 펼쳐진 들판 뒤
쌓여있는 방사능 오염토
인근 지역마을 평범한 봄날
옥죄어 오는 죽음의 공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서
8년간 촬영사진 35점 선봬
18703-2
도요다 나오미 作.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는 유채꽃과 함께 방사능 오염토가 쌓여 있다.




삼나무숲 위로 푸른 하늘이 눈이 부시고, 마을 앞에는 일본의 봄을 대표하는 벚꽃이 흐드러졌다. 흰 옷을 차려입고 가마를 끌고 가는 전통 축제 행렬 양옆에는 유채꽃 물결도 일렁인다. 찬란한 어느 봄날의 일상 풍경처럼 보이지만 이 두 사진에는 옥죄어 오는 죽음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사진작가 도요다 나오미가 2011년 7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인근 지역을 한 달에 한 차례씩 방문해 찍은 사진들이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후쿠시마는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었다.”

일본의 중견 보도사진작가 도요다 나오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주제로 한 8년간의 기록(Cries and Whispers Records and Memories of 8 Years of Fukushima)’전이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시 남구 이천동 )에서 개막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 8주기에 맞춰 개막한 이번 사진전에는 후쿠시마 인근지역을 8년 동안 촬영한 사진 35점과 후쿠시마 현장 동영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전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의 실상을 담은 사진을 통해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국내 상황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전시로 평가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방사능 누출 사고를 말한다. 방사능이 누출된 지역이 제대로 복구되기 위해서는 200~300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일본정부는 주민대피 명령을 해제하고 후쿠시마산 농축산물 팔아주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도요다 나오미는 “2020년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제32회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며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을 감추는데 급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도요다 나오미에 따르면 8년이 지난 지금 피난지구에 살고 있는 피폭당한 38만명의 아이들 중 200여명이 갑상선암으로 판정났다. 그 수치가 원전사고 이전 평균수지의 20~50배에 달하며, 피폭당한 아이들의 가족들은 언제 병이 발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어려움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크게 외치지는 않는다. 그저 자기들끼리 조용하게 속삭일 뿐이다.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도요다 나오미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아시아, 발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사진가다. 분쟁지역에서 열화 우라늄탄의 피해를 목격하면서부터 분쟁의 실상 중에서도 핵무기, 원전 등의 문제에 주목해왔다. 2011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중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음날인 3월12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3㎞ 떨어진 후타바마치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들어간 저널리스트는 총 8명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변하지 않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사진은 원전 사고 이전의 시골 풍경처럼 보이도록 가능한 아름답게 찍었다. 화려한 벚꽃, 유채꽃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축제, 한창 수확중인 들판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일종의 반어법이다. 이 지역 유채꽃은 유채기름이 될 수 없고, 흔들리는 바람에는 벚꽃과 함께 세슘덩어리가 흩날리다.

일본 정부의 은폐와 대비되는 2천200만개(1개가 1톤) 달하는 오염토가 피폭 지역에 쌓여있다. 숲과 나무에 오염된 방사능은 제거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사건은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교과서에 천년 뒤에도 남아야 하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렇기에 그에 관한 기록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 4월28일까지. 무료. 053-766-357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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