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미션’… 그땐 미처 몰랐네, 가족이 내 전부란 걸
영화 ‘라스트 미션’… 그땐 미처 몰랐네, 가족이 내 전부란 걸
  • 배수경
  • 승인 2019.03.14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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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노인 마약배달원 실화
나쁜 남편·무심한 아버지로
한평생 살아가다 때늦은 후회
변화 거부 고지식한 태도 일관
현 기성세대 가장 모습 반영
실제 부녀 영화서 호흡 맞춰
담담하고 깊이있는 여운 남겨
라스트미션
 



그렇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핑계로 딸의 세례식, 졸업식은 물론 아내의 생일, 결혼 기념일은 잊고 살았다. 가족보다 꽃이 먼저였다. 백합대회에 참가하느라 딸의 결혼식도 가지 않았다. 가족들과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세월이 흐르고 남은 건 압류딱지가 붙은 농장과 오래 된 트럭 한 대뿐이다. 손녀의 약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족을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한국전 참전 용사이자 원예사였던 ‘얼 스톤’의 이야기이다. 뒤늦게나마 가장 노릇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이 된다.

영화 ‘라스트 미션’의 원제는 ‘더 뮬(The mule)’이다. 뮬(mule)은 노새라는 뜻 외에도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 운반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90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2012년작) 이후 7년만에 마약운반책 ‘할배’로 돌아왔다. 영화는 87세의 마약운반책 레오 샤프의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쯤되면 지난해 연말 개봉한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미스터 스마일’도 슬며시 떠오른다. 품위있고 젠틀한 두 노배우가 범죄자로 변신한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라스트 미션’은 마약 운반책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대놓고 ‘가족’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얼 스톤’의 입을 빌어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 반복되지만 그것이 뻔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력과 연기 때문이다. 어깨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느릿느릿 걷는 그의 걸음에는 지나온 인생에 대한 회한이 담겨있다. 트렁크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약을 싣고 다니면서도 컨트리 송을 부르며 시종일관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에 실화임을 잊고 그를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 될 수 있겠다.

가족이라는 주제 외에 영화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바로 휴대폰과 인터넷이다. 2005년 그가 한창 원예계에서 절정을 달릴 때 누군가는 인터넷으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문 배송까지 되는 시스템을 자랑하지만 그는 ‘그딴게 왜 필요해?’라며 무시한다. 그렇지만 12년의 세월이 흐른 뒤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그는 도태된다. ‘인터넷이 없으면 과일상자도 못 열어’,‘망할 핸드폰 없으면 죽기라도 하나’ 같은 대사들은 세상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런 그 역시 결국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을 배우며 시대의 변화에 동참을 한다.

얼 스톤에게 꽃은 돈과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있는 존재였다. 가족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몰랐을 뿐. 소중한 존재인 ‘꽃’이 사라지고 난 뒤 가족에게 눈을 돌린 그의 이야기는 일에 빠져 가족을 소홀히 했던 중장년의 가장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왜 그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라는 항변은 무의미하다. “나처럼 살지 마요. 난 일이 먼저였거든. 1순위는 가족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어.”라는 조언은 못난 아버지, 나쁜 남편이 아니라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마약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액션이나 긴장감은 없지만 담담한 이야기는 마음 속 깊은 울림을 남긴다. 부부가 함께 혹은 가장들이 보면 좋을 영화이다. 영화 속 스톤의 딸 아이리스로 등장하는 ‘앨리슨 이스트우드’는 이스트우드의 진짜 딸이라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부녀간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마약단속반으로 등장하는 브래들리 쿠퍼도 반갑다.

‘가족과 함께라면 다른 건 다 필요없어’, ‘다른 건 다 사도 시간은 못 산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영화 ‘라스트 미션’은 116분의 상영시간에서 조금만 더 이야기를 덜어내고 몰입도를 높였어도 좋았을 듯하다.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은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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