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스케이프 룸’… “생존은 선택이야” 목숨 건 방탈출게임
영화 ‘이스케이프 룸’… “생존은 선택이야” 목숨 건 방탈출게임
  • 배수경
  • 승인 2019.03.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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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방탈출 게임
성별·나이·국적도 다른 6명
미궁 속 극강 공포에 허우적
극한에 몰린 인간본성 '주목'
관객배제 극 전개 긴장 풀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탈출 게임을 모티브로 한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마음의 준비를 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휘몰아치는 듯한 긴장감을 전해준다. ‘아,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라고 느끼는 찰나 영화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천재 여대생 조이(테일러 러셀),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 제이슨(제이 엘리스), 게임광인 대니(닉 도다니), 이라크전 참전 여군 아만다(데보라 앤 월), 마트 점원 벤(로건 밀러), 트럭운전사 마이크(타일러 라빈).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다른 6명의 멤버들이 각자 믿을 수 있는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세계적인 방탈출 게임회사 미노스에 모였다. 우승하면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1억이 넘는 금액을 상금이 걸려있지만 그들 중 대니를 제외하고는 방탈출 게임에 대한 사전지식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런 그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게임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감탄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세트인 줄 알았던 그 방이 실제 상황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죽음의 공포, 그러므로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의 몰입도가 최고라 할 수 있다. 화씨 451도의 뜨거움을 견뎌야 하는 ‘오븐 룸’, 영하 30도의 추위를 선사하는 ‘아이스 룸’, 추락의 위험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업사이드다운 룸’, 독가스가 살포되는 ‘포이즌 룸’, 환각을 일으키는 ‘일루전 룸’, 모든 것을 다 짓눌러 부숴버리는 ‘크러쉬 룸’으로 아어지는 목숨을 건 게임에 그들은 더 긴장하지만 점점 관객은 관찰자 입장이 되면서 긴장감이 풀어진다. 관객이 함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로운 방이 나타날 때마다 그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내밀한 기억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그곳이 그들만을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방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눈치채게 된다. 물론 왜 그들이 초대되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포이즌 룸’에 이르렀을 때 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밝혀진다.

영화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숨겨져 있던 본성이 어떻게 표출되는지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처음에는 협력하고 양보하던 그들도 죽음 앞에서는 가감없이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생존은 선택이야”라며 누군가는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누군가는 본능적으로 다른 이를 위해 희생을 한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죽음의 게임 속에 던져진 그들과 마찬가지로 ‘도대체 누가, 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 ‘게임마스터가 누구이길래 그들의 트라우마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관객의 머릿 속을 맴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영화의 마지막까지 후련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사족으로 느껴지는 마지막 부분은 좀 아쉽다.

게임 속에서 자주 나타나는 닥터 우탄유(Wootanyu)라는 이름이 바로 ‘출구는 없다(No Way Out)’의 애너그램이라는 것을 조이가 발견하는 순간, 그들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하게 된다. 즉 2편이 예고되는 셈이다. 영화 속 주연들이 낯익은 얼굴들이 아니라서 오히려 몰입감을 높여준다.

이쯤되면 방탈출 게임회사의 이름이 ‘미노스’라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입구는 하나지만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궁 라비린토스를 만들어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미노타우로스의 제물이 되도록 만들었던 크레타 섬의 왕이 바로 미노스가 아니던가. 희생을 끝낼 ‘테세우스’를 찾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아무도 살아나올 수 없는 완벽한 방(미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그 대답은 속편에서 해결하도록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공포물을 못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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