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 속으로…꽃잎으로 만든 유토피아
무위자연 속으로…꽃잎으로 만든 유토피아
  • 황인옥
  • 승인 2019.03.18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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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비밀의 정원-꿈’ 연작展…현대百 갤러리 H
꽃잎·나뭇잎 등 자연물로
무상무념의 이상향 그려내
신작 등 10년간 작품 총망라
김상열-원1
김상열作




검붉은 홍매화와 샛노란 개나리가 캔버스에 흩뿌려졌다. 봄 전령사들의 만남 이어서 그럴까? 밀당의 고수들 같다. 누가 더 아름다운지 뽐내다가도 이내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마주한다. 김상열 작품 ‘비밀의 정원-꿈(Secret garden-Dream)’ 연작이다.

때맞춰 핀 봄꽃들 덕분에 전시장 꽃에도 향기가 짙다. 날아갈 듯 가벼운 옷차림의 봄 여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작품 속 꽃잎에 취해 미동을 하지 않는다. 봄은 여인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꽃향기에 취한 여인도 꽃잎처럼 아름다우니 말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핀 화려한 꽃잎들을 보며 봄을 만끽하는 것 같아요. 비밀의 정원에 꿈이 가득 피어난 것 같아 저 역시 즐거워요.”

서양화가 김상열 개인전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9층에 있는 갤러리 H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대표작인 ‘비밀의 정원’ 연작과 신작인 ‘비밀의 정원-꿈’ 연작 20여점을 걸었다. 절정의 농익은 ‘비밀의 정원’을 대구에서 만나는 오랜만의 전시다. 5~6년 동안 서울 등 타지역 전시가 봇물처럼 터졌지만 대구전시는 소원했던 터였다.

 

김상열 작가
김상열 작가

 

“대구 전시가 오랜만이어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들이 있어요. 자주 뵙지 못한 만큼 이번 전시가 더 설레는 것 같아요. 반응이 좋아서 기쁨이 두 배인 것 같아요.(웃음)”

김상열 하면 ‘비밀의 정원’이다. 작업은 숲을 그리고 다시 지워내는 과정을 거친다. 비움과 채움의 연속이다. 나뭇잎과 꽃잎을 지워낸 자리에 안개나 눈꽃을 닮은 몽환이 자리를 잡는다. 그 때문일까? 작품에서 잔설(殘雪) 떨어지는 소리나 운무의 사박거림이 들리는 것만 같다. 처음부터 안개 자욱한 몽환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작업 초기에는 물결의 파동에 추상성이 가미됐다. 이후 나뭇잎이나 꽃잎 등 자연을 본격적으로 차용하며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었다.

작품은 언뜻 보면 재현 같지만 개념적이며 또한 현대적이다. 작가의 관념 속 이상향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의 ‘비밀의 정원’은 심연의 고요, 태고의 신비다. “자연의 본성이 작동하는 ‘이상향’을 비밀의 정원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대구에서 첫 선을 보이는 ‘비밀의 정원-꿈’ 연작은 최근 변화의 결과다. 숲 대신 꽃잎이 주인공이다. 작업 대상도 변했지만 작업 방식도 변화했다. ‘비밀의 정원’이 대상을 지워내면서 흔적을 남겼다면, ‘비밀의 정원-꿈’은 꽃잎을 겹쳐 찍으면서 흔적을 없애는 방식이다. 꽃잎같은 점을 겹치고 겹치면서 형상이 보이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점에서 시작해 점과 점이 겹치면서 시간성도 축적된다. “수없이 많은 점을 찍으면서 어느 순간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죠. 무한반복이 주는 결과라고 할까요? 그 속에는 무상무념, 무욕의 경지가 있죠.”

하나의 주제로 10년을 파면 농익는다. 작가 또한 ‘비밀의 정원’연작을 10년을 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자연을 향한 유토피아를 꿈꾸며 이상향을 화면에 담아오며 밀도를 더해왔다. 세상과의 소통도 적지 않게 했다. 대구는 물론이고 서울과 부산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작가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향에서 주변 일상으로 주제를 달리하며 작품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 신작 공개는 빠르면 올해 5월에 열리는 아트페어인 부산아트쇼에서 하게 될 예정이다. 이번 변화는 신상 변화와도 맞물린다. 그는 서울에 위치한 국내 메이저 규모의 갤러리 비선재 전속작가로 선정됐다. “지금까지는 먼 곳에서 파랑새를 쫓았다면 앞으로는 가까운 주변의 일상에서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노래하고 싶어요.” 전시는 4월1일까지. 053-245-330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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