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남북대화 차례”…정부 ‘北美 촉진자’ 역할 고심
“이번엔 남북대화 차례”…정부 ‘北美 촉진자’ 역할 고심
  • 승인 2019.03.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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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관계자 밝혀
국정원-통전부 라인 우선 시도할 듯
형식 구애 안 받는 ‘남북회담’할 수도
“남북미 3각 협력구도 계속 유지해야”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고 북미 냉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남북대화로 정세에 추동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우리가 북미 간 대화를 견인했고, 6·12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 대화를 견인했다”며 “이번엔 남북대화 차례가 아닌가 보이며, 우리에게 넘겨진 바통의 활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하노이 회담에서 결정적인 견해차를 확인하고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남북대화 채널을 가동해 접점 모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협상 의지는 여전한 만큼, 남북대화로 직접 북한의 입장을 듣고 설득 노력을 한다면 절충안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남북미 대화의 견인차 구실을 해온 ‘국가정보원-노동당 통일전선부’ 라인 가동을 우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물밑 대화를 통해 ‘하노이 이후’ 북한 지도부의 입장을 타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노이 이후 협상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말이 통하는 서 원장을 대북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결단은 한미 정상이 견인할 수 있고, 그래서 남북미 3자 정상의 3각 협력 구도를 계속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남북 정상의 신뢰관계가 경직된 현 국면을 풀어가는 데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톱다운 외교’의 유효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좌초 위기를 극복하고자 열린 5·26 판문점 회담 같은 ‘깜짝’ 남북정상회담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남북협력을 진전시키기는 여의치 않게 됐기 때문에 남북 정상이 판문점 등지에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원포인트’ 회담을 열어 협상 재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도 최근 업무보고에서 “남북 정상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진전 방향을 마련하고, 핵심 현안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대화 틀인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필요성도 연초부터 검토해 왔다.

다만 고위급회담은 남북의 ‘공식’ 라인으로, 비핵화 문제보다는 정상선언에 따른 각종 남북협력 추진 방안을 주로 논의하는 틀이어서 북미대화를 조율하는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가면서 남북 협력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고위급회담 제의 여부를 여전히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고위급회담 제의 여부에 대해 “상황을 보면서 (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노이 회담 이후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국내 안팎의 회의론도 커지고 있어 정부의 행보가 상당 기간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도 최근 국면의 미묘함을 인식한 듯 한국의 역할을 중재자보다 ‘촉진자’로 표현하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남한 정부는 중재자(arbiter)가 아닌 플레이어(player)”라고 말한 것으로 외신에 보도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사람의 얘기를 인용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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