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찬란한 아침 햇살, 아름다운 저녁노을
[문화칼럼] 찬란한 아침 햇살, 아름다운 저녁노을
  • 승인 2019.03.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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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
#1. LA 유스 오케스트라 &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 캠프

지난 토요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창단 100주년을 맞이한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회가 있었다. 예술 감독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이 지휘한 말러 1번 교향곡(거인)을 통해 LA필은 흔히들 말하는‘대중문화 감성에 얹혀가는 악단’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명문 오케스트라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두다멜은 젊은 지휘자답게 직관적이기 보다는 대단히 분석적인 연주를 보여주었다. 말러의 음악을 낱낱이 분석하여 완벽히 디스플레이 했다. 말러의 가곡 ‘방랑하는 젊은이’를 풀어 헤쳐, 온갖 색깔로 채색해 놓은 듯한 1번 교향곡을 절절하면서도 화려하게 표현했다. 재미와 철학까지 갖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같았다는 생각이다.

이 멋진 오케스트라의 음악만큼이나 감동적 행사가 공연에 앞서 있었다. LA 유스 오케스트라(YOLA) 단원들과 한국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합동캠프가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페스티벌 인 서울’이란 타이틀로 열린 LA필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양국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 캠프가 열린 것이다. 베네주엘라의 빈곤 청소년 음악교육 시스템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스타 지휘자 두다멜, 이 제도의 영향으로 시작한 YOLA 그리고 이것의 한국형인 ‘꿈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를 통한 세 인연이 함께 한 것이다.

이틀간 캠프를 통해 연습한 양국의 100여명의 어린 단원들은 이날 두다멜로 인해 기적을 이루었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는 결코 어린 학생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레퍼토리가 아니다. 마에스트로와 함께한 30여분의 시간을 통해 지휘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이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의 요구 사항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음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가에 대한 이해를 아이들이 한 그 순간, 놀라운 사운드가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나는 LA필의 거인 연주보다 어린 학생들의 신세계가 더 감명 깊었다. 두다멜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시간 내내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아이들의 찬란한 아침 햇살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두다멜은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함과 동시에 다양성과 포괄성을 추구하며, 지역사회와 보다 많은 접점을 만들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했다”고 말한다. 음악이 아닌 문화를 창조한다는 평을 받는 LA필은 이번 100주년을 맞아 무려 54곡의 신곡을 위촉함과 동시에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 합동 캠프에도 15명의 YOLA단원을 포함한 많은 관계자가 함께 한국을 찾아 아이들과 특별한 시간을 만들었다. 그들의 이러한 관심과 노력으로 기적이 탄생한다. 그로인해 끊이지 않는 거대한 흐름을 그들은 만들어 나가고 있다.

#2. 대구 원로 음악인 음악회

지난 금요일 저녁 아트피아 무학홀에서 대구 원로 음악인들의 감동적 무대가 열렸다. 세월의 흔적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시간들의 편린들 사이사이로 비치는 번쩍이는 빛은 오히려 형형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는 그 자체가 음악이다. 낮지만 세상을 관조하는 지혜의 음악이 찬란한 저녁이었다.

어느 원로 한분이 말씀 하셨다. “선배 없는 후배 없다.” 그리고 말씀의 행간에는 아직도 무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음이 비쳤다. 장강의 도도한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하지만 우리는 흐르는 이 강물이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가를 잊지 말아야 하는데 눈앞의 강물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LA필은 엄청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청소년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당장의 성공적 사업에만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그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떠오를 미래의 시간에 믿음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가지고 있다. 선배 세대의 훌륭한 자산을. 그들의 원숙한 빛은 우리가 삼가 경의를 표할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거기에서 우리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켜 볼 줄 알아야 한다.

아침 여명과 저녁노을의 물리적 조도가 같다 하더라도 그 결은 매우 다르다. 밝아오는 햇살은 찬란하지만 저녁노을은 진정 아름답다. 내일 두 번째 원로 음악인 음악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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