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자연재해 아니라니…너무 허탈하고 화가 나”
“포항 지진 자연재해 아니라니…너무 허탈하고 화가 나”
  • 김기영
  • 승인 2019.03.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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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포항시민들
“늦게나마 원인 밝혀져 다행
정부가 모든 피해 책임져야
당장 지열발전소 폐쇄를”
아직 대피소 사는 이재민들
“그래도 보상길 열렸다” 안도
1년넘게임시구호소생활
1년 넘게 임시구호소 생활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에 텐트가 가득 차 있다. 이날 대한지질학회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촉발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포항시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하면서 촉발됐다는 결론을 내리자 시민들은 뒤늦게 나마 원인이 밝혀져 다행이라는 입장과 함께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야 된다며 분노했다.

포항지진은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다. 또 역대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시설물 피해 총 2만7천317건이며, 피해액은 55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의 분석 총 피해액은 3천323억5천만원이 넘는다.

포항지진으로 집이 모두 부서져 2년째 컨테이너 등에 살고 있는 이재민들은 “정부에 보상을 요구할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김대명 포항 대동빌라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방아쇠 역할을 했을 것이라 생각 했는데 정부조사단도 같은 내용으로 발표하니 정부에 지원과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포항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는 총 81가구의 아파트로, 포항지진 후 철거 대상이 된 공동주택 7곳, 총 572가구 가운데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이다.

대동빌라는 지난해 8월 부서진 아파트를 철거했지만 수천 만원에서 1억 원이 넘는 개인 분담금에 이후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동빌라처럼 포항지진으로 전부 파손된 주택은 671가구, 절반 정도 파손된 주택 285가구 등 956가구다.

이 중 793가구의 1천990명이 임대주택 등의 주거 지원을 받아 살고 있다. 또 포항 흥해초등학교 옆에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이주 단지 ‘희망보금자리’에 30가구가 입주해 있다. 흥해체육관 대피소에 마련된 텐트에서는 아직도 30여 명이 머물고 있다.

이같은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포항지진을 겪고 난 후 창문이 조금만 흔들려도 놀라 뛰어 나갈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열발전 때문이라 하니 허탈하면서도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 “집값도 1억이나 떨어지고 하루 아침에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썼는데 정부가 다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구 흥해읍에 사는 이종현(52)씨는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계속 나왔는데도 정부는 가동만 멈추고 아무런 조치를 안 했다”며 “지열발전을 당장 폐쇄하고 더 이상 지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만재 정부조사연구단에 자문위원은 “정부나 학자, 지열발전소 운영사인 넥스지오는 스위스 바젤에서 지열발전으로 지진이 일어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포항시민에게 숨겼다”며 “포항시민이 실험대상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지진으로 결론을 내린 정부조사단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지열발전소의 폐쇄, 원상복구 및 지진피해 복구에 조속한 지원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포항=김기영기자 kimk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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