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주입 물로 단층대 활성화…재해 아닌 인재”
“지열발전 주입 물로 단층대 활성화…재해 아닌 인재”
  • 최대억
  • 승인 2019.03.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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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은 촉발지진
지열정 주변 활동·영향 분석
고압 물 주입으로 단층 움직여
지반 약화· 응력 추가로 발생
가동멈춘포항지열발전소
가동 멈춘 지열발전소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이날 대한지질학회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역대 두 번째로 컸던 2017년 11.15 포항지진(규모 5.4)을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정부조사단의 결론이 나왔다.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발생한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조사 결과를 이같이 공식 발표했다.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 교수)은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그런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앞서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 본진을 촉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해외조사위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지진 발생지 주변의 지열정(PX1, PX2) 주변에서 이루어진 활동과 그 영향 등을 자체 분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외조사위는 “결론은 지열발전 주입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활성화됐다”는 것이라며 “PX-2 (고압 물) 주입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대가 활성화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본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의 원리는 수㎞ 지하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4∼5㎞ 정도로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이 있어,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이에 2년 전 포항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수백m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전소에서 지하에 주입한 물이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작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기도 했다.

반론도 제기됐다. 물을 네 번 주입해 이런 지진이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정부연구단의 조사 결과와 관련,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0일 “포항시 등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 의견 수렴 등 과정을 거쳐 필요한 게 있는지 관계 부처 등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포항 지진 관련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통해 “향후 5년간 2257억원을 들여 포항 흥해 지역에 특별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중 국비는 718억원이다. 주택과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공동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정 차관은 “지진으로 상처를 받고 어려움을 겪은 포항 시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며 포항 시민들이 낸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포항 지진은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2016년 9월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으로 기록됐다.

최대억기자 cd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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