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가와 요니’ 음양서 존재의 완전성 찾은 힌두교인
‘링가와 요니’ 음양서 존재의 완전성 찾은 힌두교인
  • 박윤수
  • 승인 2019.03.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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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신을 모신 비즈 마하데브사원
남근 ‘링가’ 여근 ‘요니’ 조형물 설치
요니는 시바의 배우자 샤크티 상징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음양 원리 표현
투박한 멋이 있는 나가르 성
목재로 기둥 만들고 돌 쌓아올려 제작
현지인 생활상 볼 수 있는 박물관 위치
인근엔 소련 화가 작품 보유 갤러리도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인도 다람살라-마날리-라다크 (5) 나가르-잠무

 

마날리를 떠나 잠무(Jammu)로 가는 길에 나가르에서 하루를 묵기로 하고 출발한다. 마날리에서 두 시간쯤 떨어져 있는 나가르에는 옛 성채를 호텔로 개조해서 운영하는 헤리티지호텔이 있으며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너무 촉박하게 4개나 되는 방을 구하려니 예약이 안 되어 그곳에서 묵지는 못하고, 윤카페의 시댁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기로 했다.

힌두사원
비즈 마하데브 사원의 링가와 요니 등 조형물.

마날리에서 나가르로 가는 중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해서 그 곳으로 갔다. 인도 북부의 작은 마을 길을 돌아 숲길을 한 시간쯤 걸어 가니 산정상에 넓은 초원과 함께 오래된 힌두 사원이 보인다. 힌두교의 시바신을 모신 비즈 마하데브사원(Bijli Mahadev Temple)이다. 사원 한켠에는 시바신을 상징하는 ‘링가’(Linga)와 10m 정도의 당간지주가 있고 자그마한 사당에도 링가를 세워 놓고 있다.

링가는생식력의 상징으로 숭배된다. 링가는 인도 전역의 시바 신전과 가정의 사당에 중요한 숭배 대상으로 모셔져 있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한 시바 신의 형상은 그다지 널리 숭배되지 않는다.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요니’(Yoni)는 시바 신의 배우자인 샤크티 여신의 상징물로 쓰이고 있으며, 꼿꼿이 곧추선 링가의 받침대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링가와 요니는 이렇게 결합한 형태로, 음양의 원리는 영원히 분리할 수 없고 둘이 더불어 모든 존재의 완전성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힌두교도들에게 일깨워준다.

사원을 한바퀴 돌아 언덕에 서면 휘돌아가는 베아스강과 멀리 산 아래 분따르 공항도 보인다. 이곳은 걷기에 적당하여 외국인트레커들도 보이고 인도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하산 길 등산로 옆에서 들통을 메고 와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이에게서 하나씩 사서 먹어가며 내려 왔다.
 

나가르캐슬
돌을 쌓아 올린 나가르 성.

 
나가르캐슬-2
나가르 성 내에 있는 작은 민속품 박물관.

사원을 다녀 와서 나가르의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나가르마을의 넓은 마당이 있는 소박한 2층집, 일행들은 1, 2층에 나누어 여행가방을 푼다. 제대로 된 사워시설이 없어 대충 씻고 마을구경을 나섰다. 먼저 나가르성(Naggar Castle)을 둘러본다.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조각으로 치장 한 성채에는 작은 박물관도 있다. 이 지역의 주민들의 생활상 그리고 각종생활 도구들, 옷가지 등등 그들의 과거를 잘 정리해놓은 곳이다. 성채의 한켠에는 통나무를 깎아 만든 티벳풍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놓은 집도 있다. 기후 특성상 침엽수림이 많아 나무로 된 목조주택이 많은 듯하다. 나가르성도 목재로 기둥과 보를 만들고 돌들을 켜켜이 적층식으로 쌓아 올려 지는 절충식 방식이다.
 

미술관
러시아 출신 화가 니꼴라이 레리히의 작품과 유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 입구.

성을 나와 나가르갤러리로 갔다. 나가르갤러리는 초현실주의적인 화풍으로 히말라야를 가장 신비롭게 잘 표현한 니꼴라이 레리히(Nicholas Roerich 1874-1947)라는 화가의 작품과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갤러리다. 그는 소련에서 태어나 이곳 나가르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특히 그는 라다크와 히말라야에 반해서 이곳에 정착하여 히말라야를 그린 화가이자, 철학가, 여행가, 작가이면서 건축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갤러리에서 본 그의 작품의 주제는 이곳에서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의 다양한 풍경이다. 갤러리 바깥의 잘 꾸며진 정원을 걸어 아래로 내려 가면 그가 참선했다는 바위가 있어 그 곳에 올라 잠시 명상을 해 보기도 한다.

비록 나가르 헤리티지호텔에서 잘 수는 없지만, 호텔식당에서 만찬을 즐기고 나가르성의 베란다에서 나가르시내를 내려다 보며 저녁시간을 갖는다. 나가르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 했다. 오늘은 잠무까지 15시간 차로 이동하는 날이다. 다람살라에서 이곳 마날리로 온 길을 되돌아 가서, 그곳에서 4시간정도를 더 가야 된다.

간단하게 아침밥을 해결하고 미리 예약한 승합차를 기다렸다. 9시경 나가르를 출발했다. 다람살라까지는 왔던 길이라 여유있게 가는 중, 힌두교 축제가 열리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와 손에 숙식에 필요한 이불과 음식들을 이고 들고, 온 가족이 함께 풀풀 먼지나는 길을 수km걸어 산으로 올라간다. 운전하는 기사에게 물어 보니 힌두교의 축제기간 중 유명한 고승의 설법이 있어 인근지역에 사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다. 왕복 2차선인 도로가 사람들과 차들로 엉켜 이곳을 지나는 데만 3시간정도 걸렸다. 겨우 그곳을 벗어나 한적한 도로의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고 또 달린다. 다람살라를 지나 남서쪽 암리차르 방향으로 한 시간쯤 가다가 북쪽 잠무로 향한다. 도로가 4차선으로 잘 되어있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고 갈 길은 아직 먼데 또 길이 막힌다. 한동안 서있다가 서서히 정체가 풀려 칠흑같은 밤길을 달린다. 늦은 시각 도시의 밝은 불빛이 눈에 들어 온다. 호텔을 예약하고 온 것이 아니라서 운전기사에게 공항이 가까운 호텔에 데려 달라고 했다. 빈방이 없어 몇 개의 호텔을 찾아 다니다가 겨우 공항인근의 호텔에 투숙할 수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어 놓고 인근 식당으로 가서 늦은 저녁을 했다. 참 하루가 긴 날이다. 카슈미르 지역의 잠무시는 파키스탄과 국경 분쟁이 잦은 곳으로 가끔 국지전이 벌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호텔에서도 와이파이가 안되고 휴대전화는 아예 불통이었다. 아침 비행기라서 7시쯤 공항행 택시를 예약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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