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推奴)
추노(推奴)
  • 승인 2019.03.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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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노무현(盧武鉉), 1946년생으로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막노동에 뛰어들었다가, 독학으로 17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제16대 대한민국대통령의 이름이다. 2007년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NLL에 관한 발언으로, 보수 언론들은 노무현을 반미주의자, 좌파로 몰아가며 공격을 했고, 진보진영에서도 한미 FTA추진과 이라크 파병으로 인해 신자유주의 우파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 어떤 정권에서도 집권 중에 좌우파의 공격을 동시에 받은 예는 흔치 않다. 퇴임 후에는 그런 사례가 왕왕 있었지만, 그는 퇴임할 때까지 끊임없이 언론과 치열한 설전을 혹독하게 홀로 견뎌 내야만 했다.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와 있던 중에, 2009년 소위 ‘박연차게이트’로 불리며, 검찰의 정관계 로비 수사가 점차 확대되어 갔다. 그해 5월 23일, 그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자택 뒷산의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전직 대통령이었다.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그의 유서를 살펴보면, 현재·미래·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으로 인해서 측근들이 고통을 받는 것을 괴로워하는 현재, 그리고 그가 떠난 후 슬퍼하고, 누군가를 원망할 지지자들에게 ‘관용과 용서’를 원하는 미래를 그는 ‘운명’이라고 불렀다. 끝으로 그의 오래된 바람은 겨우 집 가까운 곳에 ‘작은 비석’하나를 세워달라는 당부가 전부였다.

‘일간베스트저장소’는 주식회사 아이비가 통신판매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2010년 4월 13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 사용자들이 독립해서 분파된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약칭‘일베’로 불리며, 다양한 게시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회원 수가 백만 명에 달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후부터 꾸준히 회원 수가 줄어들어, 현재는 약 50만 명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정치적인 발언은 자유롭다고 하나, 실제로 일베는 극우를 추종하는 네티즌들이 주축이 되어 ‘민주화 운동’조차 패러디로 조롱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게시글로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전라도 도민들을 비하하는 여러 단어를 만들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하면, 전라도에서 발생한 범죄 사건을 부각시킨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사건사고나 화제의 당사자 중 전라도 출신이 있는 경우, 여러 비하 단어들을 이용해 조롱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사저널에서는 일베가 공지사항으로 ‘모욕적 고소 대상이 될 만한 글’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2013년 3월 7일 기준으로 일베에서 지역감정 요소가 다분히 있는 검색어로 검색되는 게시글이 1만1천592개이고 댓글은 83만개 이상이었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여러 시비의 중심에 있음에도 일베는 여전하다. 사이트가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문제라고는 하나, 문제가 있는 사용자들이 다수일 경우에는 사이트도 문제가 될 수 있다. 2018년 11월 22일 경찰은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로 일베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일베 회원 정보와 접속기록 등을 확보하여 조사 중이라고 한다.

출판사 교학사가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문제집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 이미지를 사용한 것에 대해 “단순 실수”라고 해명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0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추노’의 한 장면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게시되었다. 사진 설명에는 ‘붙잡힌 도망 노비에게 낙인을 찍는 장면’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국사 능력 검정 고급 [1·2급]’ 참고서를 발행한 출판사는 사과문과 함께 전량 회수하여 파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편집자의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엔 너무나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가 된 238쪽에 실린 사진은 어느 포털사이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진이다. 여러 보도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한 합성사진으로, 출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각종 사건에 연루된 일베 사용자들을 소환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추노’를 패러디한 사진이 실린 도서를 현장 구매하여 인증하는 사진들을 게시하는 등 오히려 고인(故人)을 조롱하고 있다. 위험한 일이다. 한 기자는 일베를 비판하는 글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회원들이 공개적으로 신상을 게시하고 스토킹과 협박을 당한 후, 정신 치료까지 받은 바 있다고 한다.

1951년부터 교육도서를 출판해온 교학사가, 고인이 된 전직대통령의 사진을 도망간 노비로 패러디한 합성사진을 게재하여 유통을 한 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전 국민이 좌파나 우파, 혹은 진보나 보수일 수는 없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출간할 때는 ‘교육’이 목적이어야 한다. 그 교육은 ‘사실에 기반을 둔 옳은 것’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은 ‘도망친 노예’가 아님을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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