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년 3월 1일, 함성
기미년 3월 1일, 함성
  • 승인 2019.03.25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순란(주부)
3.1운동 100주년이다.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100주년 기념특별전, 기념우표 발행, 국제학술포럼, 독립유공자 국적증서 및 후손초청, 기념행사 및 공연 등을 개최하고, 만세운동 전국 릴레이재현행사도 열렸다. 분명 그 날의 함성은 컸고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운동이었다. 누군가는 ‘혁명’으로 불러야한다고도 했다.

3월 1일 7군데 도시에서 일어난 만세시위는 다음날부터 인근지역으로 확산되어갔다. 3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전국에서 일어난 276회의 만세시위가 있었다.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만세시위의 절정기를 이뤘다. 매일 50~60여회에 이르는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박은식의『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따르면, 인구의 10%나 되는 200만 여명이 만세시위에 참여하였다. 그 중 7,500여 명이 살해당하였고 16,000여 명이 부상 당했다. 그리고 49개의 교회와 학교, 715호의 민가가 불에 탔다. 경찰의 검거자 수는 무려 46,000여 명에 달했다. 1919년 3월부터 12월까지 검거자 중 19,054명이 검찰로 송치되어 이 중 7,81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1970년대 초등학교때 교실에서 ‘유관순누나’ 영화를 보았다. 일본경찰이 총을 들고와 쏘고, 때리는 장면에서는 분노가 솟구쳤다. 잡혀서 질질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가슴을 쳤다. 옥에 갇혀서도 겁내지 않고, 몸에 말못할 고통을 주는 고문이 와도 독립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내 죽음에 이르른 장면에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신념이 강하다’라는 말을 아름답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옳은 신념을 가지고,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실천적인 지식인’이 멋있게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굳이 거창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일상생활에서도 나름 ‘옳다’고 생각되어지는 방향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아가기가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옳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옳은 것보다는 ‘사람’들과 원만함을 유지하기 위해 ‘눈치’껏 살아야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일상생활이 이러할 진대, 과연 내가 1919년 그 때를 살아가던 학생, 청년, 아줌마였다면 어떠했을까? 태극기를 이불속에 감춰두었다가 한 날 한 시에 거리로 뛰어나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을 하지는 못했더라도 독립운동가들을 돕기라도 했을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면서 그 고민을 문학으로 풀어내보려했을까?

어떤 것이 옳은가라는 신념은 분명해도, 그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었을까라는 명확함이 없는 자신에 답답해하며, 고2 아들에게 너라면 어떻게 살았을 것 같냐고 질문을 해본다. 아들은 ‘만약’이라는 가정은 하지 말자고 하며 홍희의 질문을 비껴간다. 그래 굳이 그 시절 어떻게 살았을 것인가에 대한 가정은 하지 말자. 지금 현재에 닥친 수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나의 행동을 결정하자.

3.1 만세 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및 독립운동가들과 함께한 평범한 분들의 용기가 더없이 크게 느껴지는 봄이다. 당연히 나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젊은날에 비해 과연 나라면 했을까 궁금해하는 홍희는 이제 늙어가고 있는것인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