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 시[詩]
낚, 시[詩]
  • 승인 2019.03.2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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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달을 필사한 적이 있다 그는 서역의 마니차 소릴 묻혀 오거나 드물게 쥐고 있던 야간비행의 불빛을 슬며시 건네주기도 했다

은여우와 장미를 필사한 날이면 차가운 방바닥에 등을 붙인 채 발가락을 까닥거리는 나와 나의 미래가 서로 이슥한 밤의 속살을 제 몸처럼 핥았다 꿈의 바다 위로 '애너벨 리'와 밍크고래가 간밤 이야기를 뿜곤 했다

제 주인을 찾지 못한 온갖 '주여!'들이 소매 끝에 묻어 온 날 '주여'의 껍질을 혀끝에 필사한 그 밤에도, 어둠을 배경으로 환생하는 달과 한 집 건너 십자가 불빛 수십 개의 구원이 두 개의 바위틈을 뚫고 다락방으로 기어들어 왔다 폐허가 된 정원이 더는 소녀를 키우지 못하고 달력이 뱀처럼 손가락을 넘어갔다

밤이 불면의 다발을 계수기처럼 토했다 그때 나는 침묵의 띠지로 묶인 내 결계의 수면 바깥을 도모하고 있었다

잠잠한 물 더 잠잠한 물속 움찔 캐미라이트

달을 챈다고 잡아챘지만 매일
낚인 것은 '나'였다


◇김부회= 1963년 서울 태생. 제9회 중봉 문학상 대상, 김포신문詩칼럼연재(13~),(월) 모던 포엠 문학평론연재(14~),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 시집: “시, 답지 않은 소리”(14)/ 물의 연가/ 느티나무의 엽서를 받다/ 모담산, 둥근 빛의 노래/척]외 다수 공저


<해설> 인간 삶의 가치는 밥 너머 무엇에 있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은 밥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밥 너머의 무엇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는 알고 있지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의 가슴과 눈에 머무는 온갖 사물들의 의미를 벗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것을 지키거나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견디거나 혁신하려는 유쾌한 출발선이었고, 쳇바퀴 일상에서 발굴하는 행복과 감사는 너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신선한 산소를 머금은 적혈구가 되었다. 인간 사회가 위대한 것은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고 가장 그답게 살도록 도와주고 격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아직 당신의 숨겨진 깊이를 보지 못하는 것뿐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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