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결단 아직 안한 듯…핵 가진 北과 같이 살 수 없다”
“北, 결단 아직 안한 듯…핵 가진 北과 같이 살 수 없다”
  • 승인 2019.03.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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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총장 관훈토론회 발언
‘단계적’ 불가…‘빅딜’ 바람직
‘비핵화’ 北-韓美 해석 다른 듯
文 대통령 현실적 접근 필요
한미동맹 관계 좀 더 케어해야
반기문전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비핵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언제, 어떻게 폐기하고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위 말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보면 소나기가 올 때 소나기를 피하는 데 아주 유연하고 기민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반 전 총장이 언급한 ‘전략적 결단’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외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경제 건설에 주력하는 결단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살라미처럼 너무 얇게 잘랐기 때문에 단계적 접근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하며, 북한이 나중에 말을 바꿀 수 없도록 ‘빅 딜’이라는 큰 틀을 씌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1992년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과 2005년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선언 등의 약속을 했음에도 결국 핵무기 개발로 나아갔던 점에 대해 “외국 속담에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북한을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또 “핵을 가진 북한과 같이 살 수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게 대한민국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이어온 한국의 일관된 정책”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북, 한미, 북미 관계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여야하는데 지금까지 이중 어느 것 하나 단단하지 못했고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에 흠집이 나 있다는 평가와 관련해 반 전 총장은 “아직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친구 관계에서도 우애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듯이 동맹 관계에서도 서로 관리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조금 더 ‘케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톱니바퀴를 튼튼히 해야 남북 톱니바퀴를 제대로 수선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남북 톱니바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현 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의 과거·현재·미래 핵 능력의 전면 폐기로 이해한 반면, 북한은 북핵 활동의 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제거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의 생각을 모를 리 없지만,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모면하고, 이 모호한 표현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북한 정부의 그런 입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선의로 믿은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북미 대화 국면에서 ‘중재자’ 혹은 ‘촉진자’를 자처하는 한국 정부의 역할에도 아쉬운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 정책에 대해선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어프로치(접근)를 해야한다”며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을 세 번, 북미정상회담 을 두 번 한 상황에서도 (북핵 협상이) 잘 안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정부도 숨을 한 번 들이쉬고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정부가 의지를 보인데 대해서는 “남북경협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유지되고 있으니 국제사회 분위기도 봐 가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가들의 입장을 잘 살펴 가면서 하는 게 낫다”며 “무조건 우리는 여기로 가겠다고 ‘마이웨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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