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 알고 봐도 좋고 그냥 봐도 좋다
앙코르와트, 알고 봐도 좋고 그냥 봐도 좋다
  • 김광재
  • 승인 2019.03.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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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TIP’
패스앱 깔고 락쇼·툭툭으로 시내 이동
유적지 관람료 1일 37$·3일 62$·7일 72$
프놈 쿨렌 등 일부는 입장료 따로 지불
스몰투어와 외곽 포함 그랜드투어 구분
크메르 왕국 수도 ‘앙코르’
수리야바르만 2세 앙코르와트 건설
19세기 佛 탐험가 통해 세상에 공개
원나라 사절단이 남긴 ‘진랍풍토기’
13세기 크메르 생활상 이해에 도움
반테이스레이
앙드레 말로의 절도 사건으로 유명한 여신상이 반테이 스레이.

여행 정보를 찾아보고 일정을 짜고 예약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짜증스럽다면, 그런 일을 즐겁게 잘 하는 사람과 같이 가는 게 제일 좋다. 그게 안 되면 여행사의 패키지 관광을 하면 된다. 그런데 짜여진 일정에 구속 받는 것도 싫다면 귀찮지만 스스로 준비해서 자유여행을 해야 한다.

앙코르와트 여행의 최신 정보는 현지 여행사의 인터넷 카페 등을 훑어보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또 최신판 여행책자에도 필요한 정보들이 망라돼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가 낡은 것은 아닌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또 경험자의 말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전에 수집한 정보들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교통편 예약은 앱이나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고, 현지 여행사를 통해도 된다. 흥정에 자신이 있거나 재미있으면 길에서 직접 부딪혀보자. 비용이 조금 더 들어도 호텔을 통해서 예약하면 미덥다. 씨엠립 시내는 패스앱(Pass App)을 깔고 릭쇼나 툭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도심에서 떨어진 유적지는 아직 전제로 가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앙코르는 왕도(王都), 도시라는 뜻으로,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캄보디아에 있었던 크메르 왕국의 수도다. 앙코르 왕조는 802년 자야바르만 2세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수도를 프놈펜 지역에서 톤레삽 호수 북쪽의 앙코르지역으로 옮긴다. 앙코르 초기에 건설된 프레아코, 바콩 등의 신전은 씨엠립에서 동쪽으로 약 13㎞ 떨어진 룰로우스에 모여있다. 905년에는 현재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 사이에 있는 프놈 바켕으로 수도를 옮겼다. 1113년 젊은 나이에 왕좌에 오른 수리야바르만 2세는 앙코르와트를 건설했으며, 베트남 남부와 태국 지역까지 국토를 확장했다. 1150년 수리야바르만 2세가 죽자, 내전이 벌어지고 베트남 남부의 참파로부터 침공을 받는다. 이를 물리치고 왕위에 오른 자야바르만 7세는 성벽도시 앙코르톰을 재건하고 그 중심에 바이욘 사원을 건설한다. 그가 죽은 후 크메르 왕국은 쇠퇴의 길을 걷다 1431년 프놈펜 남쪽으로 옮겨가고 앙코르는 버려졌다. 19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탐험가 앙리 무오에 의해 정글 속 앙코르 유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앙코르 왕조의 종교는 힌두교와 불교가 엎치락뒤치락하다 나중에는 소승 불교가 자리를 잡는다.
 

바이욘사원
바이욘 사원.

앙코르 유적지 관람료는 2년전에 크게 올랐다. 지금은 1일권은 37달러, 3일권 62달러, 7일권은 72달러다. 3일권은 열흘 이내, 7일권은 한달 이내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입장권으로 앙코르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들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벵 밀리에’, ‘프놈 쿨렌’ 등 멀리 떨어진 일부 유적은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관광코스는 스몰 투어, 그랜드 투어로 나뉜다. 스몰 투어는 앙코르와트, 앙코르톰, 타프롬, 반테이 크데이 등 시엠립 시내에서 가까운 유적을 묶은 것이고, 그랜드 투어는 그 외곽의 프레아칸, 네악포안, 이스트메본, 프레룹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관광객들의 일반적인 동선을 고려해서 정한 툭툭·차량 전세 요금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것인지, 혼자 공부해가며 볼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앙코르와트는 그냥 보면 돌무더기밖에 안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역시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힌두신화나 크메르의 역사를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치게 얽매이면 자유로운 감상을 방해 받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잘못 받아들여진 부분이 많다. 여기서 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 동의어에 가깝다. 암기과목 시험공부 하듯이 단편적 지식을 기억한다고 감식안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를 고용하면 편안하게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어떤 가이드를 만나는가도 중요한데, 여행 카페에서 평이 좋은 가이드의 연락처도 알아볼 수도 있다. 가이드 없이 여행하고 싶다면 씨엠립앙코르 국립박물관을 먼저 관람하는 것도 좋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느긋하게 돌아보면 된다. 어색한 한국어 문장이 가끔 나오지만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전시실에는 영상물도 몇 가지 상영되는데 벽에 붙어있는 스위치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영상이 끝나면 잽싸게 한국어를 선택하고 앉아 보면 된다.
 

프레아칸
프레아 칸 사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여러 종류의 앙코르와트 여행기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읽어보자. 도올 김용옥의 ‘앙코르와트 월남 가다(상, 하)’(2005 통나무)와 원나라의 주달관의 여행기를 최병욱이 번역한 ‘진랍풍토기-캄보디아 1296-1297(2016 산인)’이 좋다.

도올의 여행기는 이미 15년이 지나 여행정보로는 별 소용이 없지만, 크메르 제국의 역사와 유적에 대해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놓은 해설이 재미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과 신화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읽어보면 앙코르 유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갖는데 도움이 된다.

‘진랍풍토기’는 13세기 중국 원나라의 사절을 수행해 진랍(캄보디아)을 방문한 주달관의 기록이다. 1년 남짓 체류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건축, 종교, 여성, 교역, 이복, 출산, 농경, 문자, 촌락 등 40여 가지 주제별로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당시 크메르왕국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평가받는다. 앙코르 유적에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은 회랑의 부조에서 일부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이 살았던 집은 목조였을 테니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돌만 남은 앙코르유적을 보면서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해 보려면 ‘진랍풍토기’가 필수적이다. 최병욱의 번역과 해설은 13세기 중국인의 기록을 읽는 21세기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잘 해도 현지에 가보면 또 다른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느긋하고 즐겁게 준비하자. 여행은 출발하기 전까지가 즐겁다는 말도 있으니.

김광재기자 conte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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