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맛 과자봉지 속으로 들락거리는 손길 따라 저는 짭조름에 길든 갈매기를 부릅니다
암막 커튼의 차단과 새우맛 과자 씹히는 소리로부터 안방은 바닷물 출렁출렁 넘치고, 완도 활전복 파는 홈쇼핑 쇼호스트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기회라며 숨 넘어 갑니다 허리 협착증으로 누운 저는, 위기와 절정을 지나 결말로 가는 봄을 주문합니다
바다의 파랑주의보는 분지의 안방까지 갈매기 데려오고 전화기 타고 둥둥 떠 내려온 완도 활전복이 옆에 누워도 저는 막막한 섬입니다 등 근육 약한 섬은 고립 중입니다
당신을 기점으로 하는 이 고립을 허락해 주신다면 섬으로 부터 둥둥 떠다니는 외딴 봄을 번쩍 안고 일어서, 눈부시게 피겠습니다
◇모현숙=2014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14),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 조선문학문인회 회원, 詩공간 동인,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해설> 고립의 은둔에서 봄을 주문한다는 화자의 저 저감의 시어들이 봄꽃으로 눈부시게 피어나는 것은 곧, 고립을 털고 세상 바깥으로 나아가겠다는 옹골찬 다짐의 소이가 아닐까?
어떤 암울했던 삶의 계측기들이 비로소 작동함으로써 세상으로부터 차단된 내면의 소리들이 왁작하게 들려올 것이라는 희망을 당신이라는 기점에서 비로소 허락 받음으로써 상서로운 봄을 맞이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