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영장 기각
환경부 블랙리스트 영장 기각
  • 승인 2019.04.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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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변호사)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는 청와대 특별감찰관 소속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에 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전 환경부장관이 전 정부에서 임명되었던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표를 받고 감찰을 진행하였다는 직권남용 혐의입니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대비되어 법조계는 물론이고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소위 ‘최순실 사태’의 일각으로 진보성향 인사나 당시 정부에 반대하는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 들에 대하여 정권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불이익하게 처분한 사건입니다. 이로 인하여 당시 지시 선상에 있던 김기춘 비서실장, 조윤선 정무 수석 등이 모두 구속되고 일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사건 심리에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형사판결을 지켜보고 탄핵 심리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지만, 재판부는 박 전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형사판결 이유 보다는 오히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이유로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는 취지로 탄핵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런 블랙리스트 파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요 책임자인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영장담당 판사는 과거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엄벌을 의식한 듯 이례적인 영장 기각 사유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판사 생활하면서 영장실질심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에서는 ‘범죄혐의 상당성, 증거인멸, 도주우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영장 발부 기준은 사실상 범죄가 얼마나 중하고, 죄질이 중하냐에 있습니다. 그래서 영장 심사 당시에 향후 재판에서 실형 선고 가능성을 기준으로 영장을 발부합니다.

그 구체적 기준은 명확한 것은 없습니다. 대략 ‘중범죄, 피해 금액이 큰 범죄,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 구속 영장 발부 선례’ 등이 그 일응의 기준이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박근혜 전 정부에 대한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대비하여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은 통상 발부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장 기각 사유가 사실상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기각 사유는 형법상 사실 관계나 법리에 문제되는 경우를 들어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장 기각 사유 자체가 잘못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 부분은 판사 고유 영역입니다.

다만 기각 논리가 과거 정부의 잘못으로 인한 감찰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다는 표현은 객관적 사실을 정치 논리로 덮는다는 오해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판사의 판결과 결정은 최대한 단순하고 명쾌한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오해의 여지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사법농단 사태로 인하여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구속되고 대법관들이 줄줄이 재판 받고 있어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는데 이번 영장 기각으로 다시 한 번 판사들이 정치권에 기대고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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