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참사’
‘인사참사’
  • 승인 2019.04.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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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기어코 ‘캠코더’ 인사가 사달을 내고있다. 캠코더 인사란 캠프 사람, 코드가 맞는 사람, 더불어민주당 사람을 위주로 쓴다고 해서 붙여진 조어(造語)다.

캠프는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던 대선 캠프를 가리킨다. 코드는 소위 ‘진보 성향’을 말한다. 김구를 모시면서 이승만을 배격하고, 중국을 편들면서 미국을 반대하며 웬만하면 북한 편에서 생각해 이해하려 들며 보수는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그런 성향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람은 설명 할 필요도 없다. 그게 캠코더 인사다. 캠코더 인사에는 자신들이 만든 ‘인사 원칙’ 적용마저 ‘패스’다.

거듭돼 오던 ‘인사 참사’ 시리즈 가운데 문 정부 들어 최악의 참사라 불리울 만 한 인사 참사로 요즘 여의도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 이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철회로 장관 후보자 가운데 2명이 사실상 동시에 낙마했다. 최·조 두 후보의 자진사퇴와 지명철회 여진이 고스란히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여야 대립까지 엎쳐 국회는 눈앞이 보이지 않는 먼지 구덩이의 전장이 되어버렸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야당들이 두 후보 낙마 여세를 몰아 인사검증에 실패한 청와대를 가늠쇠 위에 올려놓자 청와대와 여권은 민정·인사라인 경질은 절대 없다며 여와 야가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가 캠코더 인사를 이토록 밀어붙이니 좌도 우도 아닌 중간층이 이번 보선에서 정부에 등을 돌리는 소리가 벌써 귓가에 쟁쟁거리는 듯한데, 정부와 여당은 전혀 이 소리를 못 듣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들으면서도 못들은 척 해야 할 상황이거나.

“청와대의 인사발굴과 검증 역량이 목불인견 수준”이라고 한국당 대표가 공석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청와대는 ‘이번 인사검증 과정에서 인사·민정수석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따라서 특별한 조치도 없다’는 말만 내놓는다. 여당에서조차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더 철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와중에서다.

그런데 야당의 이런 목소리는 많은 국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청와대는 모르는 것일까. 모른다면 너무 꽉 닫힌 것이고, 알면서도 캠코더를 몰아붙이는 것이라면 기막힌 일이다.

두 명의 장관 후보가 낙마한 이번 인사 참사는 상가 투기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문재인 정권 제2기 개각에 ‘물귀신’이 되어 같이 침몰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하지만 오로지 김의겸 사태가 이런 참사를 불러온 것만은 아니다. ‘김의겸’으로 촉발되긴 했지만 그동안 정부가 변칙적으로만 놓는 바둑판을 지켜보며 내심 못마땅해 하던 개개인의 웅크린 불만들이 마침내 표출돼 이번 인사 참사로 연결됐다는 해석이다. 민심이라는 파도는 한 번 동요를 일으키면 좀체 잠재우기가 힘이 든다. ‘내로남불’의 끝판왕 격인 작금의 잇단 대형 사건들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민심은, ‘이건 아닌데..’라는 꿈틀거림을 천천히 잉태해 가는 마당이었다. 그 와중에 스스로의 인사원칙을 무너트려 가면서까지 ‘내로남불’의 대표주자 격인 인사들을 고루고루 모아 개각을 단행하려 하니 성난 민심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김의겸이 물귀신이 돼 두 장관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라 민심의 파도가 이들을 낙마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이 없어 훌륭한 인사를 내각에 배치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캠코더’에 딱 들어맞으면서도 ‘훌륭한’ 인물을 찾을 수 없어 내각을 제대로 꾸릴 수 없다면 이것 참 코미디 중에 상(上)코미디가 아닌가. 실정법 위반자들을 고위공직자로 발탁해 국민의 비난을 받고, 법을 어긴 사람이 장관 자리에 앉아서 법치를 강조하도록 만들려는 게 코미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인사청문보고서를 받지 못한 문 대통령은 결국 낙마한 두 후보를 제외한 박영선·김연철 후보 등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7일까지 송부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야당이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것과 상관 없이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일 터이다.

촉 나라의 승상이었던 제갈량은 인재를 등용할 때 정직한 사람을 등용해야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다고 믿고 현자를 널리 구하기 위해 초현대(招賢臺)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로써 이력이나 연줄을 철저히 배제해 덕과 재주를 겸비한 인재를 휘하에 불러 모은 그는 “사람을 쓰되 그 배경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제갈량은 인재 발탁의 원칙으로 무엇보다 귀를 열어 널리 유익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을 첫 번째로 삼았다. 그다음으로 인재를 구하는데 한계를 긋지 않고 자기들만의 끼리끼리 인재 추천을 막기 위해 누가 보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을 공개리에 골랐다.

캠프 인사라는 한계와 코드가 맞는 이로 인재를 제한하는 한계, 더민주 라는 범주 안에서의 끼리끼리 인재 추천으로 점철된 캠코더 인사와 어찌도 이리 정반대일까. 누가 뭐라고 하든 끝까지 밀어붙이려 하는 이번 인사는 ‘귀를 열어 널리 유익한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이 원칙과는 철저히 상반될 뿐이다.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고 등용할 사람의 품성과 성격, 인내심, 지적 능력, 신뢰성 등을 파악하는 잣대의 기준만 통과하면 발탁했던 인재등용과 인사원칙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한 것일까.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집짓기에 비유하면 기둥을 찾는 일과 같고 기둥이 가늘면 집을 지탱할 수 없다. 기둥이 썩으면 집이 무너져 내린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재를 나라의 기둥으로 발탁하면 그 정부는 성공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텐데도 궂이 ‘나만이 옳다’는 썩은 기둥을 고집스레 쓰려는 까닭은 무엇인가.

“인재를 등용하는 법은 넓고 공평하게 하는 것을 귀히 여기니, 남북으로 한계를 짓고 피차에 구애되어 스스로 아주 좁은 곳으로 나아가서야 되겠는가.” 남송의 시인 육방옹(陸放翁)이 남긴 시(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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