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에 쌓아올린 곰파…몰라도 느껴지네, 장인의 숨결
황무지에 쌓아올린 곰파…몰라도 느껴지네, 장인의 숨결
  • 박윤수
  • 승인 2019.04.04 21: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곰파라고 부르는 티벳사원 ‘알치·리키르·스피둑’
세련되고 정교한 벽화·거대한 불상·불탑 등 자랑
높은 곳에 위치한 곰파, 아름다운 전경 감상 제격
허허벌판 가로지르는 인더스강 래프팅도 제공
세계서 3번째로 높은 창라고개 굽이굽이 넘으며
영화 ‘세 얼간이’ 마지막 씬 촬영된 판공초로 GO
리키르곰파
리키르 곰파.

 

 

박윤수의 길따라 세계로, 인도 다람살라-마날리-라다크<7>곰파 투어-판공초

레에서의 둘째날. 오늘은 차를 렌트해서 곰파(Gompa 티벳사원) 투어를 하기로 했다. 준비해 간 햇반과 음식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차를 기다렸다.

알치(Alchi)곰파는 레에서 남동쪽 19km 거리, 인더스강 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있다. 인더스강을 건너 산 위의 높은 언덕에 있는 곰파와는 달리 평지의 마을 사이에 꼭꼭 숨어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아 비교적 보존상태가 좋다. 10세기 말 조성된 알치곰파는 내부에 모셔진 거대한 불상과 정교하고 세련된 벽화로 유명하다. 곰파를 둘러 보고 알치마을을 걸어나왔다. 리키르(Likir)곰파는 12세기에 지어진 곰파로 언덕 위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곰파 아래 주차장에 주차한 후 언덕을 올라 조용한 곰파에 올랐다. 곰파의 안마당에서 보이는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경치는 신선의 땅에 온 느낌을 준다.

인더스 강 따라 곰파를 다녀오는 중 강에서 래프팅을 하는 곳을 발견, 차를 돌려 인더스 강으로 내려갔다. 인더스강과 잔스카르(Zanskar)강이 합류하는 곳, 잔스카르강의 맑은 물줄기와 인더스강의 탁한 물줄기가 확연하게 보인다. 5월의 한낮이지만 물에 손을 담그니 차다. 인더스 강은 티베트 남서부 해발 4천900m 지점에서 발원하여 총 길이는 2천900km ~ 3천200km정도이다. 북서쪽으로 히말라야 산맥 기슭을 따라 흐르며 라다크 지방을 거쳐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지역을 가로지른다. 히말라야 산맥 본줄기와 카라코람 산맥 등에서 눈과 빙하가 녹은 물을 싣고 흘러드는 여러 강들과 합류한 뒤 카슈미르 서부 경계를 가로질러 파키스탄의 훈자로 흘러 들어간다. 파키스탄을 종단하며 인더스문명을 일구고 남쪽으로 흘러 아라비아해로 흘러 들어 간다.

레로 돌아오는 중 허허벌판의 우뚝 솟은 마그네틱힐(Magenetic Hill) 전망대에 올라 본다. 사방이 확트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의 풍광은 진갈색의 산들로 둘러 쌓여있는 풀포기 없는 황무지이다. 환경의 척박함을 또 한번 느끼며 이런 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떠올린다.

레로 돌아오는 길, 레에서 남쪽으로 10km 거리에 있는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스피둑(Spituk)곰파에 들렀다. 눈덮힌 히말라야 봉우리에 둘러 쌓인 언덕에 위치 곰파 뒤로는 인더스강이 흐른다. 사원의 지붕테라스에서 히말라야 산맥과 인더스강의 오아시스가 어울어진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위에서부터 알치곰파에서 볼 수 있는 거대불상, 알치곰파 내부의 세련된 회화, 인더스강 래프팅을 체험하려는 사람들.

오늘은 승합차를 타고 인더스강변의 여러 곰파를 다녀왔다. 티벳 불교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곰파내의 불상이나 탕카(Tangka 티벳불교회화), 불탑 등에 대한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곰파가 위치한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들이 더 좋기도 하다. 특히나 건축자재도 변변찮은 이런 곳에서 몇 개층이나 되는 이런 건축물을 인간의 손으로 오랜시간 쌓아 올려 신앙의 터전으로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장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는 있다.

레 3일째. 오늘은 5천360m의 창라(Chang La)를 넘어 중국과 인도의 국경에 위치한 판공초에 1박 하러 갈 예정이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겨 놓고 방을 정리했다. 다른 손님을 받도록 한 곳에 우리 짐을 몰아 놓고 ‘세얼간이’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곳으로 출발한다.

여행사 사장이 판공초에서 저녁에 백숙을 해 먹으라고 권한다. 그곳으로 가는 길 시장에 들르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아 몇 군데 가게를 들러 생닭 두마리를 샀다. 레에서 판공초로 가는 길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자동차 도로인 5천360m의 창라고개를 넘어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과 그 사이사이에 형성된 작은 마을, 구비구비 깎아지른 아찔한 도로를 달리는 긴장감과 하늘과 맞닿아 있는 구름위를 달리는 느낌도 든다. 이곳으로 가는 길이 일주일전에 개통 됐다고 했다. 도로 군데군데 낙석으로 교행이 힘든 곳도 있고, 차들이 일으키는 자욱한 흙먼지를 덮어쓰고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확장하거나, 사람의 손과 장비로 낙석더미를 정리하는 모습을 본다. 절벽 수백미터 아래에는 운행 중 떨어져 뼈대만 앙상한 대형 차량들의 형체도 보인다.

레에서 출발해 마날리 방향으로 가다가 카루(Karu)에서 갈라져서 삭티(Sakti)의 검문소에서 통행증을 제출하고 본격적인 창라고갯길을 오른다. 한시간여를 올라 창라 정상에 내린다. 고개에는 도로를 제외한 곳곳에 눈으로 덮혀 있다. 타르초와 룽타의 오색 깃발이 세찬바람에 흩날린다. 5천360m의 정상에 있는 카페에 들러보고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사진도 찍어 본다. 일행들 모두 고소증은 못 느끼는 듯한데 나는 호흡이 가파르고,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정상의 도로는 얼어있지 않았다. 이제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고개를 내려와 두르북에서 점심을 먹었다. 작은 마을 입구 얼기설기 엮은 길가의 간이식당에서 인도라면과 볶음밥 등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식사 후 몇 개의 얕은 고개를 지나 판공초 도착했다. 판공초는 레에서 남동쪽으로 150km거리에 지프차로 약 5시간이 걸리며, 고도 4천350m에 자리하고 있는 소금호수이다. 인도, 중국 티벳트에 걸쳐있으며, 양국 국경은 인도가 30% 중국이 70% 점유하고, 아직 국경분쟁 중이라서 가끔 국경 수비대들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최대길이 134km, 너비5km, 면적은 700㎢이고 제주도 면적의 40%정도 된다고 한다. 약 6천만년전 히말라야가 융기되며 형성되었고, 티베트어로 ‘길고 좁은 마법의 호수’란 뜻을 가진 호수이다.

<박윤수 ㆍ여행칼럼니스트>

관련기사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