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외교참사’… 구겨진 태극기까지
끝 모를 ‘외교참사’… 구겨진 태극기까지
  • 승인 2019.04.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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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외교 참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에는 타국과의 공식대화에서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를 구겨진 채로 내걸었다. 그것도 국가 의전의 최고 전문가집단을 자부하는 외교부에서다. 지난 4일 한-스페인 첫 전략대화 자리에 세워놓은 주름진 태극기를 보는 국민의 자존감도, 나라 품격도 바닥에 떨어졌다. 같은 시각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외교업무의 특성상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외교부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열손가락으로 꼽기도 모자란다. 외교부는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두고 과거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하고, 발트 3국을 발칸 3국이라고 부르는 오류를 저질렀다. 청와대 의전팀은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이 엘리베이터를 못 잡아 정상들 단체 기념촬영에 빠지게 만들었고,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하고, 음주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국가 브루나이에선 건배제의를 하게 했다. 그 뿐인가 재작년에는 한-파나마 외교장관 회담장 테이블에 거꾸로 달린 파나마국기를 내놓았다가 파나마 측 관계자가 발견해 고쳐 다는 일도 있었다.

국가의전의 최고 전문가 집단이어야 할 외교부에서 의전 논란이 거듭되는 것은 실수나 착오가 아니라, 태만이요 무능이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 점 하나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게 외교가인데 비슷한 실수가 잇따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측근인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상대국이 말이 없는데 ‘결례’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상대국에 대한 결례”라고 강변했다니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외교에서 의전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통령에 관련된 일, 국가와 국가 간의 일 등에는 실수나 허점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 외교부와 청와대, 현지 공관에 경륜을 갖춘 전문가와 관료들이 포진하고 공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 공직기강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기본이 안 된 탓이라고 봐야 한다.

현 정부의 외교 난맥상은 청와대의 외교부 홀대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유능한 외교관들을 모두 내치고, 외교는 아무나 해도 된다는 식으로 ‘낙하산 공관장’들을 무더기로 임명하고, 청와대 외교 라인이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니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최근 불거진 각종 실수들은 그 부작용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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