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朱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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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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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학

주목은 말이다

하고많은 평지 두고 명당 잡으려 깊은 산 찾은 것도

새가 되고자 구름 속 든 것도

별이 되고파 하늘 오른 것도 아니란 말이다

그저 기도하러 거기 갔던 거고

둥지 찾는 새 쉼터 찾는 구름 있기에 품은 거고

그러는 사이 후회 끼어들지 못하게

나이테 촘촘히 그렸던 거다

세상 어느 누군들 알았겠나

바람과 구름과 별과 매일 밤 함께 지새다 보면

참말로 하늘이 다 된 줄 알게 된다는 것

그럴 때마다 그는 잎부터 몸통까지 바람에 태워

새처럼 동서로 균형 잡고

남북으로 훨훨 날아갈 자세 익혀야 했던 거다

마음까지 늘 뜨겁게 해 두어야 했던 거지만

사슬은 질긴 거고 그에게도 뿌리가 있었던 거라

어느덧 잃어버린 하늘 잊힌 제단일 수밖에 없지만

그는 말이다

지금도 저렇게 새가 남긴 족적만 보면 별이라며

흩어진 구름보다 더 많은 기도 올리는 거라

그러니 웃음도 울음도 아닌 그저 주름만 지는 거라

그렇게 살아 천년 죽어 천년 보내는 거라


◇권순학=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공업대학에서 시스템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바탕화면』,『오래된 오늘』과 『그들의 집』이 있고 저서로 『수치해석기초』가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기계IT대학 전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한국시인협회 및 한국지능시스템학회 회원이다.


<해설> 살아 보니 인생 별것 아니더라며 백수를 넘기자마자 조용히 영면하신 어느 분의 영결식 후 눈보라 치는 태백산 정상 부근에서 주목을 바라보며 생과 사의 고뇌를 토로하는 화자의 슬픔이 있다. 우리 또한 살아 백년 죽어도 업적은 영원하니 저 주목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여 살아 필생의 업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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