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에 누가 있는가?
당신 옆에 누가 있는가?
  • 승인 2019.04.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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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월요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스트레스다. 12시가 되면 신데렐라의 ‘공주’같은 의상이 벗겨지고 누추한 옷으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월요일이 되면 ‘개인’에서 ‘사회인’으로 탈바꿈한다. 직장에 도착하기 전 100m쯤부터 생각이 많아지고 직장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리곤 얄궂게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기 시작한다.

홍희도 완벽하지 않다. 감정에 치우쳐 벌컥 화를 낼 때도 있고, 상대방의 언행에 미움이 들끓어 똑같이 당해보라고 아닌 척하면서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다 역할갈등을 일으켜 상사에게 밉보이기도 한다. ‘대의’를 위해 힘들어도 참고, 책임감있게 수행하려 한 것이 어떤이는 과격하다 하고, 어떤이는 약하다고 하고 공격하기도 한다.

매일 홍희에게 합리적이라고 칭찬하는 듯 하면서,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하더라며 이간질을 하는 듯 하면서, 홍희의 자존감을 갉아먹던 푸른 꽃은 자신의 자존감이 갉아먹혔다고 느끼자 온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지른다. 친하게 지내자고 달라붙던 사람은 푸른 꽃이 이상하다며 자기와 놀자더니, 부유해 보이는 사람과 ‘무리’가 되었다고 여겨지자, 자기는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하고, 남의 남편을 디스하기도 하고 남의 등짝에 대고 무례한 말도 서슴치 않는다. 업무상 절차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생겨 간소화하자는 차원에서 상사에게 건의한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분란을 일으킨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다.

그래도 점심 식후에 무리지어 다니면서 친해져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떠밀려나가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모르겠다. 방법을 알지만 그 방법대로 하기가 싫은지도 모른다. 한 사람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말하자 자신이 중간에서 힘들다며 차라리 혼자 먹으면 안 되냐고 한다. 점심시간이 소중한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냐고 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닌데 홍희는 직장인으로 사는 게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진다.

인쿠르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설문에 93.3%가 그렇다고 한다. 홍희만 힘든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닌 사람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둘 순 없다. 점심시간을 스트레스받으면서 보낼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그리하여 홍희는 그들과 점심시간을 달리했다. 다른 부서직원들과 다른 층에 있는 아는 이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사교성이나 사회성이 그리 부족하지도 않고 배려심과 예의가 그리 없는 것도 아닌지라 점심시간은 유쾌했다. 식후에는 인근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개나리가 가지를 마구 뻗어내어 생동하는 봄이었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푸른 잎을 틔워냈다. 발바닥에 닿는 흙은 얼음이 풀려 푹신했다. 전나무처럼 쭉쭉 늘어선 측백나무는 산림욕을 하러 깊은 산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줄기 윗부분이 잘려나간 고목에 산새가 겁도 없이 달라붙어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더 이상 부러울것이 없었다. 햇볕은 각각의 색을 뿜어내게 했고 바람은 생기를 불어넣었다.

한참을 가자 잔디와 잡초가 무성했던 배수지가 나왔다. 새로이 휴식공간과 운동기구로 가꾸어놓았다. 예전부터 그 둘레 있었던 칡칡했던 전나무가 아름드리 줄지어 서 있엇다. 더욱 늠름했다. 푸르렀다.

당신 옆에는 누가 있는가? 당신의 장점을 갉아먹고 빛을 바래게 하는 사람들인가? 당신 자체를 장점화시킬 수 있는 사람인가? 당신 옆에 누가 있는가에 따라 ‘그냥’ ‘당신’은 바보도 되고, 좋은 사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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