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하며
[윤덕우 칼럼] 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하며
  • 승인 2019.04.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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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1박3일의 매우 짧은 일정이지만 벌써부터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문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대통령을 납득시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악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남아있다”며 동맹을 유난히 강조했다. 백악관이 이처럼 한미동맹을 더욱 강조한 것은 최근 제기되는 한미동맹 균열 여론을 불식시키고 비핵화 문제를 협상하는 미북관계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보다는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좀더 반영해주기를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여러 민족들이 모여사는 이민국 미국에서는 게르만족이니 라틴족이니 한민족이니 하는 동족개념보다는 동맹국의 의미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차례 강조됐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원칙이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와 민수 분야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선 비핵화, 후 보상 주장에 지속적으로 단계적, 동시행동을 주장해왔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의 국면 타개를 모색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방미를 앞두고 다시 한번 미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듣기 좋은 외교적 수사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한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5개항의 합의문 초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자 서울발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다. 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합의문 초안은 요구 항목 2개와 보상 항목 3개 등 크게 5가지로 이뤄졌다. 첫 번째 요구 항목은 북한의 비핵화다. 현재 북한과 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는 △비핵화의 정의 △동결 조치 △신고·검증 조치 등 3개 세부 항목으로 나뉘어졌다. 미국은 세부 항목에서 비핵화의 정의를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반출하고 모든 관련 시설을 완전히 해체한다’고 규정했다. 동결 조치는 ‘북한은 모든 핵 관련 활동과 새로운 시설의 건설을 중지한다’고 명시했다. 신고·검증 조치는 ‘북한은 핵 개발 계획을 포괄적으로 신고하고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을 허가한다’고 했다. 두 번째 요구 항목은 북한 내 미군 병사 유골에 대한 발굴 작업을 개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이들 요구를 수용하는 대가로 △한국전쟁 종전 선언 △미·북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경제지원을 제안했다. 단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했을 때’라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경제지원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했을 때’라고 분명하게 못박았다. 하노이회담 이후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당시의 비핵화 개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남북한이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을 금지한다.

핵 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에 대해 상호사찰한다.’

남북은 1991년 12월 31일에 비핵화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이듬해 2월 19일 이를 발효시켰다.

미국 내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경분위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과거 비핵화 협상에서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내걸고 미국을 여러 차례 속였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표적인 예로 2012년2월29일 미북간의 합의(Leap day Agreement)를 들고 있다.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불과 1달 보름만에 위성발사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수차례 협상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얻은 듯하다. 최근 미 의회에서도 잇따라 한반도 관련 청문회가 열리는 가운데, “북한에 충분히 속았다”는 말이 나오며 제재와 압박 유지가 강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미를 앞둔 문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양측의 입장차를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세운 뒤, 연쇄적인 스몰딜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게 핵심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빅딜’과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합의’의 절충안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을 어떻게 생각할까. 관건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에 달려있다. 모쪼록 문 대통령이 바라는 좋은 성과를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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