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 운영방법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 운영방법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 승인 2019.04.10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형(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8일 문대통령의 국회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김연철 통일부ㆍ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으로 정국은 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야당들은“결사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문 대통령에게 국민은 없다”,“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오기 인사의 끝판왕” 등 격한 반응을 쏟아내며 반발하고 있어 국정운영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4월 임시국회 일정을 조율했으나 예상대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였다. 나날이 악화되는 국내외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살림살이와 관련하여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태산인데도 각 정당들의 입장차이로 인해 겉돌고 있는 국회가 언제 정상화될지 지금으로선 기약도 할 수 없다. 참으로 현실이 안타깝고 참담하기까지 하다.

인사청문회란 삼권분립이 엄격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공직적격성을 검증하는 동시에 의회가 대통령의 자의적 공직인사권을 견제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2000년 2월 국회법을 개정하고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여 인사청문회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도입 당시에는 헌법에 의해 국회의 임명동의가 필요한 대법원장 · 헌법재판소장 · 국무총리 · 감사원장 및 대법관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대해서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하였으나, 이후 점차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고위직 공무원의 임명에 대해서도 자질과 정책수행 능력 검증에 대한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점차 확대되어 왔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직후보자에 대해 크게 도덕성과 정책수행 능력 두 가지 측면에서 검증을 한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보면 지나치게 공직후보자의 도덕성에 치중하여 정책 수행 능력 검증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그 이유가 후보자로 내정될 정도이니 정책수행 능력은 충분히 있다고 믿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장관이란 자리가 능력과 무관하게 어떤 사람이 임명되어도 상관없는 자리이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이는 공직자들이 가져야 하는 자질에 관한 바이블과 같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을 이유로 해서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신상 털기나 흠집 내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는 인사청문회의 본말을 전도(顚倒)하는 것이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이 가능한 현 제도 하에서 도덕성이 무너진 채 임명된 장관이 과연 제대로 자신의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그러한 지도자를 진심으로 믿고 따를 수 있을까? 또한 비록 사소하다고 할 수 있을지라도 분명히 실증법을 위반한 사람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였을 때 국민들에게 법을 어떻게 지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의구심이 들이지 않을 수 없다.

매번 반복되고 있는 인사청문회의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권자의 임명의지가 강행되는 경우나 국회의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통과시켰을 때, 이를 빌미로 여 · 야의 갈등은 심화되고, 국회의 국정통제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어 국회의 운영이 원활해지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과연 이러한 인사청문회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감마저 든다. .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된 이후 청문회가 끝날 때마다 매번 나오는 지적은 인사청문회제도 운영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200여 년 전통의 미국 의회 인사청문회를 참고해 사전 검증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필자 또한 일견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망신창이가 된 채 공직에 임명되는 꼴사나운 현상을 원치 않을 것이다. 필자 또한 언제까지 현재와 같이 부실검증-청문회 보고서 채택 불발-임명 강행의 악순환을 보고 싶지는 않다. 따라서 현재 청문회 석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관련하여서는 정확한 기준을 가진 별도의 중립적인 ‘사전 검증 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사전조사에서 이미 검증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책 위주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보다 선진화된 정치문화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를 원하면 망상(妄想)일까?

여 · 야 정치권도 현재의 인사청문회를 제도를 개선하자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다고 한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서 여당과 야당이라는 입장차이만 있을 뿐이다. 여당은 도덕성이나 신상 검증은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허위 진술한 공직 후보자 처벌 등 검증 강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우리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일정한 주기로 정권을 바꾸고 있다. 따라서 여 · 야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으로 청와대 및 여당과 야당은 서로 상대방이 정권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하였느냐고 비난만 하지 말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이번을 기회로 어떤 형태로든지 현재의 인사청문회 운영제도 개선에 논의를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