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혀가 차오르는 강물에게 건네는 말
차곡차곡 씹어 올리다 보면
돌탑이 된다
닳아 가는 말 알아들어
포개어지는 말 알아들어
한 권의 시집을 엮을 수 있다면
내 입술은 너의 바닥을 제대로 읽었다 말할 수 있으리
너로부터 닫혀 있는 나, 나로부터 닫혀 있는 너
노을 서성이는 강가에서
서로의 등에 얽힌 사연을 들춰
어떤 돌은 너를 닮았다고
어떤 돌은 나를 닮았다고
흘러서 또 어디로 떠나는 물에게
중얼거림을 하나 더 보탠다
아래위 구분되지 않는 탑을
우리는 그렇게 무던히 쌓기도 하고
하염없이
허물기도 하는 거였다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등단, 이상화문학제 백일장 대상, 최충문학상 수상, 형상시학 회장
<해설> 노을이 돌탑, 한 뜸, 한 뜸 쌓아올리며 노을의 혀와 강물의 혀가 이어가는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시집이 되듯, 강물의 참 모습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화자. 서로의 가슴속에서 오랜 수형을 산 이야기들이 일시에 쏟아져 하나로 닮아간다는 사연들이 정감으로 다가온다. 그리하여 구분되지 않는 이야기 탑을 무수히 쌓았다가 허물어뜨리기도 한다는 너와 나의 뗄 수 없는 인연이 아름답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