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권력이 아닌 권위로 해야
정치는 권력이 아닌 권위로 해야
  • 승인 2019.04.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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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의 힘으로 저항 없이 권좌에서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 군중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했었다. 4·19 때의 생각이 나기도 했다. 정권을 바꾸는 단초가 된 촛불 물결 속에 불순이 섞여있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새댁을 보면서 촛불의 순수성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그때 친구 몇몇과 찻집에서 나눈 대화다. “친박 비박 소리도 진절머리가 난다. 이제 세상이 바뀌지 않겠나. 누가 정권을 잡아도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들만 잘 살게 해 준다면 그만이지” 쉽게 정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총선에서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기염을 토하면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촛불 대통령을 자처하는 문대통령은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예사로 생각하는 그 이상의 개혁적 정책목표와 실행을 위해 많은 변화를 보였다. 청와대를 권력의 보루로 만들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거처하는 곳이고 대통령의 정책을 보좌하는 비서들이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어 국가의 여러 정책을 만들고 때로는 집행까지 간여하는 거대한 권력기구가 된 것이다. 문 정부 3년차를 맞으면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온 것을 체감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쟁체제의 변화, 보편적 복지의 끝없는 확대, 남과 북의 체제 이해와 국가안보, 한미군사동맹의 시각차이 등등에서 종전에 가졌던 관념에 혼돈을 주고 있다.

국가운영의 전반적 체제는 정권의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급작스런 큰 변화는 국민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정치·행정은 영속성을 필요로 할 경우가 많다. 지난 정권의 것은 다 옳지 않고 정권이 바뀌었으니 오로지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은 다 옳다고는 볼 수 없다. 분명한 잣대 없이 행해지는 적폐청산 같은 것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제도와 실제의 괴리가 크면 정치·행정이 편의주의로 치닫게 된다. 대통령 아래 국무총리가 있고 그 밑에 각부장관이 있어 나라의 정책을 실현하고 집행하는 것이 민주국가 정치·행정의 질서다.

지금 국무총리나 장관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 장관들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로봇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은 고사하고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말썽 없이 자리만 보전하면 그만이다. 공무원은 어떤가. 법에 따라 집행만 하면 되고 아이디어나 역할에 대한 긍지도 없이 조용히 지내면 된다는 복지부동에 빠져 있다. 요즘 외무부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면 안다. 문재인 정권은 국가조직관리에 아주 능숙하다. 과거 정부같이 절대 물렁하지가 않다. 청와대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많이 포진되어 있다. 참모 또는 비서라고 불리는 그들은 법망을 잘 피해 가면서 모든 능력과 기량을 발휘, 대통령을 보좌한다. 조직은 참모(staff)와 계선(line)으로 구성되어 상호 보완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문 정권에서는 참모의 권한이 지나칠 만치 크다. 민정수석의 손에서 장관 인사가 거의 행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엄격히 말해 스태프가 라인에게 명령하고 복종케 한다면 월권인 셈이다. 문대통령이 시민·청년단체 회원들과 간담회 하는 자리에서 청년단체 대표가 “정권은 변하여도 그대로” 라면서 울었다고 한다. 촛불을 들었을지도 모를 그 청년이 억울한 배신감에서 흘린 눈물이 아닐까. 좋든 싫든 국민들은 국회를 바라본다. 대통령의 권부를 향해 목소리라도 낼 수 있는 국민들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힘이 없다. 여당은 무조건 대통령이 하겠다면 따른다. 정책 잘못이 있어도 덮어주려 하고 모른 체 한다. 국회의원 공천이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여태 하고 있는 것일까. 야당은 어떤가. 적폐를 뒤지고 있으니 무슨 불편한 곳이 있는지 소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문대통령은 재주와 운이 있는 지도자다. 국가권력의 최상위에 있으며 도와주는 언론도 많다. 인기조사가 들쑥날쑥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청와대도 걱정하고 민주당도 애썼지만 지난 4·3 선거 결과는 국민들의 속마음을 조금 보여 줬다. 선거는 국민들의 힘이다. 정치·행정은 권력으로 하는 것 보다 권위로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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