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한 꽃무늬치마 입고 보니
꽃바람 들고 싶다
엄마 봄놀이 갈 때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분홍색 꽃무늬 치마 흔들며
발그레 봄물 들었더랬지
그런 엄마가 얄궂어 외면해 버린 내가,
하늘거리는 치마 입고 나니
봄바람 들어 싱숭생숭하다
꽃 안에 갇힌 벌 잡아 씰룩거리는 엉덩이
벌침에 된통 쏘이고 싶다
욱신거리다가, 따끔거리다가
근지러워지는 상처 긁으며 헤벌쭉 웃고 싶다
바람 든 탱탱한 풍선치마까지 걸쳐 입었으니
무엇도 두렵지 않은 날이다
◇이복희= 문학시대 신인상,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에세이문예 회원, 구상예술제 금상, 시공간 회원, 낙동강세계평화문학상, 선주문학상 수상, 구미사우회 회원
<해설> 쉬폰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꽃무늬치마를 입고 봄나들이 갔으니 어찌 봄바람 들지 않을까? 게다가 된통 벌침 맞겠다는 화자의 저 싱숭생숭한 마음 알겠다. 바람막이처럼 탱탱한 풍선치마 걸쳐 입었으니 무엇이 두려울까? 감성이 일렁이는 아름다운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