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盆地)의 시선
분지(盆地)의 시선
  • 승인 2019.04.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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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대구는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싸인 대표적인 분지(盆地)다. 대구 사람들의 정치적인 성향은 대체로 보수적이고, ‘욱’하는 다혈적인 성향의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지역감정은 정치의 퇴보는 물론이고 국가발전에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영호남의 대립은 지자체 문화교류사업이나 민간기업들의 연계사업 등으로 서서히 회복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철만 되면 또다시 극명하게 갈라서곤 한다. 고속열차가 개통된 이후, 지속적인 행정수도의 분산정책이 지역성을 중성화하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체감할 수 없지만, 점차적으로 지역별 성향을 희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 대구부는 대구시로, 대구직할시에서 대구광역시로 덩치는 불려왔지만, 실속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서 유감이다. ‘보수꼴통의 성지’라는 진보진영의 비아냥거림에도 분노하기보다는 ‘종북세력들의 공작’으로 맞받아치는 절대보수의 도시, 대구는 아직 거기 머문다. 과연 대구는 언제부터 보수진영의 중심지가 되었을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는 대구는 의협심이 남다른 혁명의 도시였음은 분명하다. 1907년에는 대구의 서상돈, 김광제 등을 중심으로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하여, 기울어져 가는 국권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1915년엔 서상일 등은 영남지역의 독립투사들과 함께 조선국권회복단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하여 3.1만세운동에서 대구지역의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1927년에는 신간회 대구지회가 결성되어 항일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의열단원 장진홍에 의한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1930년대 이후에도 학생들의 비밀결사운동이 계속되었고,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을 위한 지속적인 항일 투쟁이 전개된 그런 곳이었다. 이뿐인가.1960년 이승만 정부의 독재가 계속되자, 대구지역 학생들은 2월 28일 독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2.28민주운동은 이후 3.15 부정선거 규탄시위와 더불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구(大邱)를 검색해보면, 영남 지방의 중앙부에 있는 광역시. 섬유 공업을 비롯한 각종 공업이 활발하며, 특히 사과 산지로 유명한 걸로 조회된다. 오래전부터 사과의 산지로 알려져 왔고, ‘능금’의 고장이라곤 했지만, 사과밭을 대구에서 찾아보긴 힘들다. 성서를 비롯한 공단지역들을 찾아가보면, 영세한 업체들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작업 중인 소수의 근로자들만이 명맥을 이어갈 뿐, 융성한 공업도시로서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든지는 오래된 듯하다. 섬유나 광학 등 한때 공업도시 대구라고 내세울만한 제조업체들도 하나둘 문을 닫고 대구를 떠났다. 대구에도 의욕적인 개혁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본다. 최근 들어 대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긍정적인 움직임들이 보인다. 시티투어 버스 ‘타뿌카’를 타고 유명한 곳을 둘러보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만주에도 다다르지 못하는 한반도를 또 반으로 나뉘어놓고, 이념이나 정당 잇속으로 얼마나 더 나눌 속셈인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백의(白衣)민족’, ‘동방예의지국’ 그리고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단일민족’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교과서적 별칭들의 공통점은 허울뿐인 ‘명분’이다. 이러한 명분들이 다문화가정이 뿌리내리기 힘든 토양을 만들어왔음은 물론이다. 타향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이 남다른 곳, 대구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무조건 오른쪽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옳은 쪽을 바라보며 대구는 나아가야 한다. 명명백백한 과실이 드러난 정권의 적폐세력들이 대구를 ‘부활의 산실’로 활용하게 방치해선 안 된다. 현 정권의 실책과 과오는 냉정하고 삼엄한 판단을 해야겠지만, 무조건 배척하고 비협조적인 자세를 고수하면 대구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반면 현 정권은 내수경제의 침체와 더불어 안보와 국제정세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부패한 정권에 항거하던 대구의 정신을 바로잡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시비를 논할 생각은 없다. 정의로움에 당적(黨籍)이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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