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으로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나
남북 정상회담으로 김정은을 설득할 수 있나
  • 승인 2019.04.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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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대북 특사’를 북한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안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이다. 지난주 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빅딜’에 대한 북한의 뜻을 타진하기 위한 정상회담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과연 어느 정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이른바 ‘굿 이너프 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이 먼저 포괄적인 비핵화 방안에 합의한 후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일부 핵심 시설을 폐기하고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방안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굿 이너프 딜’ 방식은 북한의 단계적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단계적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주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지금은 ‘빅딜’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와 제재완화를 맞교환하는 포괄적인 합의를 주장한 것이다. 그가 문 대통령의 비핵화 중재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제의한 미북 3차 정상회담 등에 대해서도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다. 문 대통령은 빅딜에 대한 김정일의 의향을 알아봐야 하는 부담만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방미해서 얻은 것은 미국의 입장이 하노이 핵 담판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뿐이다. 미국은 지난 1994년 10월 ‘제네바 핵 합의’와 2005년의 ‘9·19 공동성명’ 등에서 두 번이나 북한에 속았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핵을 포기하겠다며 이득을 챙겨놓고는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만들어 약속을 파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 문제에서 북한에게 세 번은 속지는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의 이러한 ‘극대 극’의 입장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 해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설득하거나 중재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나 미국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으면 막힌 대화는 물꼬를 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 편에서 미국이 아니라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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