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Yes or No’가 아니라 `A or B’
<대구논단>`Yes or No’가 아니라 `A or B’
  • 승인 2010.03.09 14: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요즘 대중문화의 흐름을 주도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들과 차별화된 개성과 감각 있는 스타일을 한 여성들을 두고 `엣지녀’, 이미 결혼한 멋진 남자들은 `품절남’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가진 짐승 같은 아이돌은 `짐승남’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중에서도 이 짐승남이 대세라고 하지만 여성들은 사실 거친 남성보다는 부드럽고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한 남성을 더 좋아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팻 바클레이 교수팀은 여성 155명을 대상으로 사진이 붙어 있는 남성의 프로필을 보여주고 그 사람과 그냥 한두 번 만나고 싶은지, 오래 교제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런데 대상자들 모두 이성의 외모나 성적 매력에 상관없이 오래 교제하고 싶은 상대로 친절하고 이타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의 프로필을 선택했다.

이러한 결과를 비춰볼 때, 터프하고 거친 남성적인 이미지로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 이성과 교제하는데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좋은 인연을 만들기에는 한계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대화법으로 접근해 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Yes or No(예 아니면 아니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질문법이 아니라, A or B(A 아니면 B)라는 질문법으로 A 또는 B를 상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대화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관심 있는 이성과 약속시간을 정하기 위해 “내일 만날까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일이 좋아요? 아니면 모레가 좋아요?”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시각에서 괜찮은 날을 물어본다면, 상대는 `yes’라고 말하게 됐을 때 설득당하고 주도권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 들어 배려 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날의 경우의 수를 둬 물어 본다면, 상대는 보통 둘 다 거절하거나 둘 다 선택하기보다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러한 경험이 있다.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아 처음으로 상대와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먼저 전화를 한 그 남자는 만나기 전 약속 날짜와 시간을 정하기 위해 대뜸 하는 말이 “토요일에 볼까요?”였다. A or B 화법은 아니어도 “언제 시간이 되시나요?”라고 물어봤어도 됐는데 말이다.

그래서 바쁜 주말 일정을 소화해야 되는 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 만날 수도 있었지만,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아 다음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약속을 미뤘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남자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아서 그렇게 물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대화법에 경계할 수도 있는 법이다.

또한 이렇게 첫 만남이 성사된 이후, 남성이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상대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망설여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에 만날 약속을 얻어내려면 상대방 스스로 만나고 싶어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 또한 `A or B’ 화법으로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줘 데이트 신청을 할 수 있다. “우리 영화 보러 갈까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영화를 볼까요? 아니면 연극을 볼까요?”라고 묻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스스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과 동시에 부담감을 덜게 되는 법이다.

그렇다고, `A or B’ 화법을 아무 상황에서나 활용하게 된다면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활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면 사귀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이를 두고, `우리 사귀실래요? 아니면 싫으세요?“ 라고 A or B 화법을 활용하게 됐을 때 배려심 많은 사람이 아닌 오히려 두려움이 많은 사람으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후회를 하는 것보다는 거절당할 때 거절당하더라도 후회 없이 요구하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것도 좋다.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이 설레는 3월이다. 이러한 때 커플을 만들고 싶은 이들이 많다. 이성과의 단단한 경계를 풀 수 있는 배려 화법에 마음까지 담아, 새로운 만남을 엮어보는 건 어떨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