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를 넘어 관용의 시대로
혐오의 시대를 넘어 관용의 시대로
  • 승인 2019.04.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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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변호사/ 前 대구고등법원 판사)
제가 이 칼럼을 한 지도 4개월이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칼럼 내용을 돌이켜 보면 대다수 사회 비판, 정치 비판, 국가 개혁 등을 외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고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비판을 넘어서 과연 진정 우리 스스로는 어떤 변화를 꾀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며칠 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별세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그 뉴스를 접하고 가슴 한 구석이 휑한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처음 ‘땅콩회항’으로 큰 딸 조현아가 경찰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둘째 딸 조현민의 막말 파문에 이어 부인 이명희의 갑질까지 이어지면서 우리 국민은 조양호 일가에 대하여 무차별 비난과 폭언을 쏟아 부었고, 정부는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 많은 국가기관을 동원해 한진그룹을 탈탈탈 털었습니다. 물론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하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조양호 일가가 받았던 처분이 통상적인 징벌 과정에 있었는지, 아니면 정부, 정치권에다가 분노한 국민이 조양호 일가 잘못 이상의 비난과 처벌을 쏟아 낸 것이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와 개인적인 인연이 없는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그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없이 단순히 인터넷 포탈에 올라온 기사나 댓글 하나로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고 정도를 넘어서는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지 돌이켜 볼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런 사회 풍토에 공동체를 마지막까지 무게 있게 지탱해 주어야 하는 법원마저 광풍 같은 여론에 휩쓸려 판결하는 상황까지 오다 보니 사회 전체가 불안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강용석 변호사 같은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 내막은 자세히 몰라도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활발히 하던 사람에 대하여 1심 법원은 법정구속 하였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무죄로 석방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과연 1심 법원이 강용석을 법정구속까지 하면서 언론에 비쳤던 강용석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번 정부만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검찰 만능, 검찰공화국 시대’에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습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광풍이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처음에는 쾌감을 느끼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 같이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가 ‘촛불혁명’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 이전의 4. 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 10 시민혁명 등의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우리 역사의 불의에 대한 항거로서의 국민들의 거사에 대하여 감동하고 자부를 느낍니다. 하지만 순수혁명에 더 나아가 순수한 국민의 뜻을 이용하여 정적을 척결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이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정치권은 현 상태로라면 누가 집권하든 “자격미달, 그들만의 리그, 국가 퇴보”의 결과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 시점에서 혐오를 넘어서 용서와 포용의 시대로 나아갑시다. 이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국가 권력 발동을 삼가고, 국민이 활력적으로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우리 스스로가 서로 용서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자세에서 출발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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