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하품을 데리고 드는 터널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제한속도 80km라고 적힌 팻말 앞에서
나는 왜 가속을 하고 싶어지는 걸까?
라디오 채널이 주파수를 잃어서일까
터널은 목부터 아래쪽으로 이어진
검은 와이셔츠의 앞 단추인 듯
한꺼번에 벗고 싶은 허물이다
다가와서 뒤로 사라져가는 것들 대체로 냉정했고
건조한 질주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감당할 수 있는 나의 한계가 궁금하다
어제는 지리멸렬의 장막 속이었으니
오늘은 타는 불길이 되어 무한질주를 해 볼까
냉랭한 성곽 그대의 품에 들었으니
불어오는 바람에 입술을 맞닿아볼까
세차게 밟은 엑셀레이터 위의 오른발로
터널, 무료無聊의 어깨를 슬쩍 감아볼까
◇김정아= 경북 상주출생, 대구시인협회 회원, 형상시학회원, 문장작가회원, 시인시대편집위원
<해설> 일상의 무료함을 데리고 터널을 지나가는 것은 언제나 열려있다. 이 詩의 터널이란 뭔가 삶의 답답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리라. 하여 무한 질주의 본능은 언제라도 발작하게 될 것이다.
자칫 연과 연의 유사성이 너무 멀어지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중구난방이 되고 만다.
따라서 시는 적절한 차이성 속 유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시는 그런 관점에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건 시인의 능력과 시의 안목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