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감독이 말하는 것, 한지철의 쓸모
영화 '돈…'감독이 말하는 것, 한지철의 쓸모
  • 백정우
  • 승인 2019.04.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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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우의 줌 인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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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철 검사역에 배우 조우진.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작품으로 ‘자기만족에 빠진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이 거머쥐고 있다고 믿는 진리를 입증하려는 경향소설’을 꼽는다. 위대한 작품은 자신의 적나라한 현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컨대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가 무엇인가를 증명하려고 덤비는‘자기 관념’을 관철시키려는 작품인지 여부는 판별하기 쉽다.

돈에 관한 욕망을 다루기에 증권가만한 곳이 있을까. 일찍이 올리버 스톤이 ‘월 스트리트’에서 고든 게코를 통해 돈은 잠들지 않는다고, 욕망은 범죄가 아니라고 강조했듯이 ‘보일러 룸’에서 부자가 되고 싶은 초년병을 범죄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듯이.

욕망이 이글거리는 대도시를 버드아이 숏으로 잡고 땅으로 내려온 카메라워크와 어수룩한 주인공의 첫 출근 풍경과, 절친한 동료와 특별한 관심으로 지켜보는 상사와, 주식시장을 감시하는 공공기관 감시의 눈초리까지 박누리 감독 데뷔작 ‘돈’은 시작부터 ‘월 스트리트’에 대한 카피임을 감추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뻔뻔하고 노골적이어서 잘생겼다기보다는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저항할 의지를 상실한다.

카피라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욕할 순 없는 노릇. 카피와 오마주의 경계를 오가며 원작 아우라에 자기 세계관을 안착시켜 재창조하는 재주꾼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로 일가를 이룬 브라이언 드 팔마가 그랬다. 그럼에도 ‘돈’이 불편한 이유는 따로 있다. 흥행과 비평의 불화가 벌어지는 석연치 않은 지점에서 나는 조우진이 연기하는 금융감독원 한지철 검사역을 주목한다.

‘월 스트리트’에는 한지철 검사역 캐릭터가 없다. 정확히 말해 비중이 미약하다. 증권거래위원회 직원이 잠깐 등장해 미심쩍은 주식거래 현황을 보는 쇼트가 고작이다(그는 종반부 버드 폭스를 체포할 때 한 번 더 나온다.). 영화는 감독이 세상과 대화하는 방식이다. 영화가 어떻다는 건 그 세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요컨대 감독의 세계관이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올리버 스톤과 박누리가 갈리는 지점이다. 올리버 스톤이 돈은 결코 잠드는 법이 없기에 욕망은 범죄가 아니, 라고 성토했다면 박누리는 몇 번이고 자기변명에 몰두한다. “나는 단지 부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윤리적 선택에서 멀어지도록 만드는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올리버 스톤은 증권가에 기생하는 부도덕한 꾼과 과도한 욕망을 주식시장의 필요악으로 보았다. 탐욕스런 인간사의 한 부분으로, 제도와 개인의 도덕을 무력화시키는 불가항력으로 인식했다.

반면 박누리는 ‘돈’에서 작전세력을 개인의 부도덕한 선택에 따른 일탈로 귀결 짓는다. 개인의 문제이니 문제적 개인이 마음먹기 달렸다. 예전으로 돌아가기도 수월하다. 조일현이 한지철에게 아이패드 두 대를 남긴 배경, 번호표와 조일현 대척점에 정의롭고 충직한 금감원 한지철 검사역을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세기의 神 돈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위대한 감독 로베르 브레송이 1983년에 만든 ‘돈’에 나오는 대사. “돈, 보이는 신이여! 너를 위해 무슨 짓인들 못하겠나?” 그리하여 죽거나 혹은 죽도록 몰락하거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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