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대응력을 높이는 재난 훈련으로
학생 대응력을 높이는 재난 훈련으로
  • 승인 2019.04.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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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대사대부초 교사
4월 4일 발생한 고성 산불은 강릉과 속초 일대를 거친 큰 규모의 산불로 번졌다. 여의도 면적보다 훨씬 큰 규모의 땅이 하루 사이에 불타면서 4,000여명이 훌쩍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는 12년 만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였으며, 현재도 해당 지역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채 안타까운 복구를 시작하고 있다.

각종 속보들이 쏟아지는 중에 평택 현화중 학생들의 수학여행 대피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회자되고 있다. 고성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199명의 중학생들이 불길 속에서 무사히 대피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대피한 버스 세 대 중 한 대가 전소되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다른 버스로 옮겨 타서 탈출하였다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다.

특히 수학여행 전, 모든 학생들이 참가했던 민방위훈련이 도움이 된 것 같다는 교감 선생님의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년에 4번 무조건 참가해야 하는 훈련의 시기가 어쩌다 수학여행 전이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학생들은 모두 교실에서 일제히 몸을 낮추고 입을 막은 채 밖으로 빠져나오는 연습을 했을 터다. 그 연습의 기억들은 학생들이 숙소에서 버스로, 불이 붙은 버스에서 다른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참으로 기특한 아이들이다.

지난주에 실시된 본교의 지진 및 화재 대응 훈련도 현화중과 같은 맥락에서 실시된 것이었다. 관내 소방서와 합동으로 진행된 훈련이었다. 학생들은 먼저 영상을 살펴보면서 지진이 일어난다면, 그리고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교실을 빠져나가야 할지 고민할 기회를 가졌다. 이후에는 실제로 지진 및 화재 발생의 상황을 가정하고 운동장에 대피를 해 보았다. 사이렌, 가짜 연기 등이 대피 연습에 활용되었고, 소방차의 화재 진화 시범도 이어졌다. 대피 훈련이 종료된 뒤에는 운동장에서는 소방관의 평가 및 대피와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 아마도 다른 학교에서도 이와 대동소이한 과정으로 훈련을 진행했을 것이다. 현화중의 이야기처럼 반드시 학교에서 몇 차례 이상 실시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청 단위에서도 안전교육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에는 포항에 위치하고 있는 대구교육해양수련원(이하 해양수련원)에서 안전체험관을 새롭게 열었다. 해양수련원은 대구시 관내 고등학생들에게 해양과 관련하여 수련활동을 지원하는 대구시교육청 산하기관인데, 이번에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서 안전체험관을 개관하였다. 안전체험관은 선박의 재난 상황 시 대피 요령을 익히는 해양안전 체험실 외에 지진안전, 교통안전 등 다양한 체험실로 이루어져 있다. 개관 전 고교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하여, 학습자의 의견을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완성했다고 하니, 고등학생들의 수준이나 흥미에 적합한 체험장일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이곳에 체험을 온 학생들이 수련교육 외에도 기본적인 안전교육을 이곳에서 받지 않을까.

이와 같이 교육청과 학교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재난훈련들이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각종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재난에 대응하는 훈련들은 전반적으로 반복적이고, 그리고 단순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자동적으로 체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온다. 정말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그러한 연유로 훈련에 대충 참여하게 되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이다. 반복을 지루하게 여기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어쩌면 어른들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어떤 학생들은 이러한 훈련들을 그냥 매번 아는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잠시 운동장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쯤의 학교 행사로 여길지도 모른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재난훈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규정된 횟수만 채우는 데 불과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학교의, 어른들의 몫일지도 모른다. 앞서 이야기하였던 현화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현화중에서는 학생회에서 직접 훈련의 상황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훈련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급에 보상을 지급하여 열심히 민방위훈련에 임하게끔 하였다. 학교급별로 상이하겠지만, 학생들이 제대로 훈련을 하게끔 돕는 어떠한 기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무언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매번 바꾸어 넣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훈련은 반복적이어야 하고, 그래서 몸에 익어야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사건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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