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잘못된 재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판사의 잘못된 재판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 승인 2019.04.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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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 변호사


판사가 재판 과정에서 실수로 판결이 잘못 선고된 경우 개인이 손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배상하여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판례 등을 살펴보면 ‘판사의 잘못된 재판으로 개인이 손해를 봄 = 국가의 배상책임 성립’으로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은 ‘법관이 행하는 재판사무의 특수성과 그 재판과정의 잘못에 대하여는 따로 항소심 등 불복절차에 의하여 시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법관의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그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로 되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그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당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등 법관이 그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이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결하여 판사의 재판 실수가 있어도 곧바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사례에 의하면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매담당 법관이 A씨의 제1번 근저당권이 경매목적물인 토지 지분에 설정된 것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하여 배당표에서 A씨를 제외하였고, A씨가 마침 배당표 원안을 열람하거나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의를 진술하는 등 법이 정한 불복절차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A씨가 근저당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배당에서 제외된 것으로 배당표가 그대로 확정되어 배당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A씨가 ‘판사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배당을 못 받아 손해가 발생하였으니 국가가 책임져라’라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렇지만 판결은 ‘담당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배당표를 작성, 확정하였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 상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그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경매담당 법관의 위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에 B씨가 C씨의 건물에 가압류를 하였고, C씨는 B씨를 상대로 제소명령신청(2주 이내에 재판을 걸지 않으면 가압류가 풀린다는 내용)을 하였고, B씨는 법이 정한 2주일 이내에 C씨를 상대로 재판을 거는 등 절차를 모두 밟았다. 그런데 판사가 B씨가 법이 정한 기간 내에 재판을 걸지 않은 것으로 날짜 계산에 착오가 있어 가압류를 풀어버렸고, 이에 놀란 B씨는 판사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면서 즉시항고를 하여 약 2달이 경과 후 최초 판사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승소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사이에 위 건물에 대한 배당절차가 진행되어 B씨가 한 푼도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되어 B씨는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하였다.

1심에서는 종전 판례에 따라 ‘잘못된 판결은 법관의 범죄행위가 아닌 단순 실수 등이라는 이유’로 B씨가 패소하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즉시항고를 제기했으므로 담당 재판부로서는 잘못을 곧바로 인식하고 원심 결정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법관이 직무수행 상 준수해야 하는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경우에 해당해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초에는 법원의 고의 등이 없었지만 B씨가 즉시 항고하였으므로 그 때 다시 해당 법관이 1심 판결을 즉시 시정하였다면 B씨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었다는 이유였다. 즉 같은 판사가 2번이나 같은 잘못하였으므로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다만 위 사건에서도 B씨가 즉시항고와 별도로 ‘가압류 취소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신청’을 하면 배당에서 제외되지 않았을 것인데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B씨도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B씨 손해의 60%만 인정하였다.

법을 잘 적용하여야 할 법관의 실수로 판결이 잘못 선고되어 손해가 발생하여도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묻기 힘든 것이 현재의 판례라는 것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쉽게 수긍하기 힘들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하여는 특별한 법률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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