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우상화 우려… 청소년, 매체 노출 심각
스캔들 우상화 우려… 청소년, 매체 노출 심각
  • 정은빈
  • 승인 2019.04.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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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마약사범 잇단 보도에
인싸템 ‘물뽕’·버닝손 풍자 등
SNS·유튜브 이슈거리 양산
선망의 대상 직업군 ‘악영향’
문제의식 얕아지고 가볍게 여겨
바른 가치관 배양 교육 ‘절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마약을 검색하자 “요즘 인싸템 ‘마약 물뽕’에 대해 알아보자. 많은 마약 중 버닝썬에서 사용한 그 물뽕!”이라는 제목의 한 유튜브 영상이 검색됐다. 정은빈기자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마약을 검색하자 “요즘 인싸템 ‘마약 물뽕’에 대해 알아보자. 많은 마약 중 버닝썬에서 사용한 그 물뽕!”이라는 제목의 한 유튜브 영상이 검색됐다. 정은빈기자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그 은밀한 유혹 ③마약 희화화 만연


#. 21일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마약을 검색하자 “요즘 인싸템(insider·인기인+item) 마약 ‘물뽕’에 대해 알아보자. 많은 마약 중 버닝썬에서 사용한 그 물뽕!” 이라는 제목의 한 유튜브 영상이 검색됐다. 이 영상 게시자는 “오늘은 물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대한민국 인싸 중에 인싸만 한다는 그 물뽕!”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물뽕은 물에 타서 먹는 마약을 일컫는 은어다. 지난달 25일 게시된 이 영상은 250여 명이 조회했다.

#. “뽕 맞은 ○○이.” 한 남성이 지난 1월 14일 자신의 볼에 주사기 형태 물건을 갖다 대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적은 문장이다. 이 남성은 5만7천여 명의 구독자를 둔 유튜버다. SNS 팔로워(follower·구독자)는 1천460여 명이다.

#. 지난달 15일 만화가 김풍(41)씨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요리를 하던 중 한 시청자가 남긴 “장갑 안 끼면 버닝(Burning·불타는)손”이라는 댓글을 읽으며 웃었다. 이 때문에 김씨는 ‘버닝썬’을 언어유희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버닝썬은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씨가 운영한 유흥업소로, 마약 유통과 성 접대 등 각종 불법이 이뤄진 의혹을 받는 장소다.

연예인 마약 사건이 연일 드러나면서 마약을 희화화한 콘텐츠가 양산되고 있다. 마약 사범이 연예인이라는 점에 이목이 쏠리다보니 마약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마저 형성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들을 우상시하는 10~20대를 중심으로 문제의식이 얕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송인 하일(60·미국명 로버트 할리)은 지난 8일 마약 판매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수사를 받고 있다. 가수 박유천(33)씨는 올해 초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와 황씨의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전 박씨의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들 마약 사범이 10~20대 비교적 미성숙한 연령대가 선망하는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연예인의 범행은 특히 청소년에게 범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기 쉽다. 연예인의 겉모습을 모방하고자 하는 심리가 범죄에 대한 모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예인 사범의 방송 복귀가 빠른 점도 대중의 문제의식 저하에 일조한다. 모 빅데이터 분석업체가 연예인 자숙 기간을 분석한 결과 연예인이 마약 사건 후 방송 활동 복귀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6개월로 나왔다. 도박 사건 후 자숙 기간은 평균 16.7개월, 음주운전은 19.2개월로 나타났다. 모두 2년이 채 걸리지 않는 기간이다.

전문가들은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받으며 성장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는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예인 마약 사범이 자주 대중에 노출되면 청소년에게는 범죄가 아닌 하나의 일탈 정도로 생각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모범이 돼야 할 직업 집단의 일탈은 이를 바라보는 청소년의 범죄에 대한 중요성과 심각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청소년들은 연예인의 화려한 겉모습에 집중하기보다 자성하는 시간을 갖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목표를 좀 더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도 아이가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직업을 갖도록 바라지 말고 자신을 지지하는 능력을 기르고 남은 인생을 스스로 살도록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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