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결혼
이상한 결혼
  • 승인 2019.04.2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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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며칠 전, 우리 교회의 한 남자 청년으로부터 다른 교회의 여자 청년과 사귀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교회 사람끼리만 결혼하도록 되어 있는 그 교회의 결혼 방식이었다. 나도 지금까지 신앙이 같은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쳐 왔다. 또 같은 신앙이라도 신앙의 방향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우리 교회 사람끼리만 결혼해야 한다고 가르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폐쇄적인 생각을 가진 목회자가 있고 그런 가르침에 순응하는 성도들이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자기 단체 사람들끼리만 결혼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그 조직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청년 시절, 내가 속했던 선교단체에서도 지도자에게 대한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단체 사람들만의 결혼을 강조했으며 더 나아가 지도자가 정해 주는 사람과의 결혼이 가장 아름다운 결혼이라고 가르쳤다. 그 단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했고 또 사실 그렇게 결혼한 분들 중에서 행복하게 사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단체의 그러한 결혼 방식이 드러날 때마다 그들은 자기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변명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왜 스스로 자기들의 결혼 방식을 당당히 밝히지 못할까? 우리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 단체 내에서만 결혼하는 문화를 지향한다고 말하지 못할까? 그리고 지도자가 선택해 주는 배우자가 가장 적합한 배우자라고 믿는다고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은 애써 그 사실을 감추거나 그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자기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변명을 하곤 한다. 그들의 변명은 그들끼리 만의 결혼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그들의 야욕을 숨기기 위한 것이다.

결국 나는 그 단체의 결혼 방식을 따르지 않고 내가 믿는 나의 방식대로 결혼했다. 결혼 후 지금까지 여러 번의 갈등이 있긴 했지만 나의 방식대로 결혼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신앙과 삶의 목표가 같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좋다. 자기가 신뢰하는 분들의 조언을 받을 수 있지만 결혼은 결국 자기가 기도하며 결정하는 것이다. 신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할 때 결혼하고 결혼 후에는 친구나 부모 또 신앙의 지도자라 하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게 하지 말라.

그 후 교회의 많은 청년들도 그런 방식으로 결혼하였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교회 내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했고, 또 어떤 경우에는 다른 교회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였다. 심지어 국적을 달리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삼십여 년 동안 그렇게 결혼한 사람들 가운데 이혼한 부부는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그럭저럭 가정을 꾸리며 아기자기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나도 행복하다.

외국인과의 결혼이나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과의 결혼도 이상하지 않다. 아내의 나이가 남편의 나이보다 더 많은 것도 이상한 결혼은 아니다. 그러나 동성끼리의 결혼처럼 이해하지 못할 이상한 결혼도 있다. 이 이상한 결혼이 용인되는 세상이긴 하지만 2세를 낳지 못하는 동성끼리의 결혼은 비틀린 욕망이 초래한 이상한 결혼일 뿐이다.

자기 단체 내에서만 결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지도자의 추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의 결혼은 이상한 결혼이다. 더구나 그 사실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단체의 결혼 방식은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건강한 결혼 생활에 치명적인 방해가 될 수 있다.

부부라는 두 사람만의 사이에 그 단체의 지도자가 끼어 들 가능성이 많다. 아내가 남편의 말보다 그 단체 지도자의 말에 더 순종하거나, 남편이 아내의 뜻보다 그 단체 지도자의 뜻을 더 우선시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혼 방식을 따르지 않고 나의 결혼 방식에 따라 결혼 한지 30년이 지났다. ‘이렇게 결혼한 우리는 정말 행복한가?’라고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아내는 입가에 이상한 웃음을 살짝 머금은 채 ‘결혼 후에 배우자로서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해 주었다.

이상한 웃음이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우리의 결혼이 이상한 결혼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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