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고향 이야기
4월, 고향 이야기
  • 채영택
  • 승인 2019.04.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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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배은희
대구대산초등학교 교장




4월의 산등성이는 햇볕을 등지고 엎드려 한가로이 되새김질하는 늙은 황소의 등줄기를 닮았습니다. 골마다 늘어진 긴 주름을 따라 묵은 그림자 앞세운 연둣빛 수풀들이 수북수북 늘어져 내립니다. 오므린 손바닥 겨우 펼친 연둣빛 느티나무, 양 날개 붉은 씨앗들이 풍경처럼 흔들리며 매달린 연푸른 단풍나무, 바람보다 앞서 하늘거리는 보랏빛 수수꽃다리, 자줏빛 밥알이 빼곡히 박힌 고운 박태기나무, 속 깊은 아낙의 마음 같이 은근히 붉은 명자나무, 신부의 꽃분홍 치마처럼 화사한 철쭉꽃, 진노랑 유채꽃으로 온 천지가 눈부시게 어우러진 울긋불긋 꽃 대궐입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우리네 삶이 늘 마음먹은 대로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기에 때로는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울컥 목이 메여 살아있다는 것이 축복처럼 여겨지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 봄이 흐드러지게 짙어가는 풍경을 보며 나의 고향을 떠올려 보는 지금! 이 순간이 그렇습니다.

고향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적 의미뿐만 아니라 지나온 시간의 흔적과 행복한 기억이 있기에 이유 없는 그리움으로 아련히 떠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작가 이원수는 그의 어릴 적 고향을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울긋불긋 곱게 차려 놓은 꽃 대궐로 기억하며 그의 시‘고향의 봄’으로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어른들은 어릴 적에 살던 동네 풍경을 비록 낡고 허술할지라도 소중한 보석처럼 귀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골목길 모퉁이에서 땅거미가 질 때까지 전봇대에 눈 가리고“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목청껏 외쳐대던 그 곳, 여름비라도 쏟아질 때면 지붕을 타고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깊은 홈을 파고 흘러 개울처럼 꼬불꼬불 모여들던 거친 골목길의 기억들을 마치 마음속 훈장처럼 간직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때는 참 힘들고 살기 어려웠다.”한숨짓지만 그 한숨 속에는 타향살이 설움의 깊이만큼 더 짙은 그리움이 섞여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고향의 모습은 장소도 시기도 조금씩 다르겠지만 언제라도 그곳에 가면 까르륵거리던 웃음소리와 맑은 눈빛을 가진 친구들의 옛날 모습이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고향을 그리는 어른들의 마음만은 많이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4월에 그리는 내 마음속 고향에는 힘들게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받아줄 푸근한 언덕이 있고 모든 허물을 말없이 다독여 줄 순수한 강물이 흐르고 있으며 어떤 모습이라도 이유 없이 품어줄 신뢰의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리워하는 마음속 고향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져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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