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으로 되짚는 3·1운동의 의미
현대음악으로 되짚는 3·1운동의 의미
  • 황인옥
  • 승인 2019.04.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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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모던앙상블 정기연주회
모던앙상블
모던앙상블 단원들.

김유리 단장
작곡가 김유리

현대곡 작곡가 위촉곡 연주
유관순이 불렀던 옥중 창가
위안부 할머니 위로곡 선사

베토벤과 모차르트, 쇼팽과 리스트는 청중 앞에서 직접 연주했다. 심지어 청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까지 했다. 작곡가가 자신의 곡을 직접 연주하는 것을 넘어 전문 연주자들의 연주로 곡을 평가받는 문화가 성숙했다. 그러나 현대의 작곡가에게 방금 작곡한 따끈따끈한 곡을 다양한 연주자의 연주로 발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던 고전 시대 선배 작곡가들의 환경이 꿈결처럼 들릴지 모른다. 현대음악작곡가들의 경우 작곡을 하고도 발표 한번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21년 전에 창단한 모던앙상블(MODERN ENSEMBLE)의 창단 취지는 분명했다. 현대음악과 한국창작음악 보급이 목적. 그러나 검증되고 익숙한 고전음악 연주를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서 현대음악을 중심으로 단체를 이끈다는 것은 모험을 넘어 도전에 가까웠다. 창단 원년 멤버인 김유리 모던앙상블 단장이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모던앙상블 단원은 17명이며, 해마다 국내외 작곡가들을 초청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 단장이 “고전음악은 고전 시대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이다. 현대인이라면 지금 우리의 정서가 담긴 음악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비록 힘든 환경이지만 모던앙상블은 현재와 미래의 음악을 추구하며 순수음악의 역사를 이어가려 해요.” 모던앙상블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김 단장의 얼굴에서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제21회 모던앙상블 정기연주회가 25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날 연주회는 지금까지처럼 모던앙상블이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위촉한 곡들을 앙상블 단원들이 연주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김용규, 김성아, 조우성, 이강규, 김헌일, 신윤정 등의 위촉 작곡가들의 초연곡들을 스프라노 양성원, 첼로 박승원, 피아노 이다영·김성연, 바이올린 김지혜·김소정 가야금 엄윤숙 등의 단원들이 연주한다. 소리꾼 오영지와 고수 박채원 객원연주자로 함께 한다. (가야금 엄윤숙은 모던 앙상블 단원입니다)

특히 이번 연주회에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신윤정 곡 ‘Say It for the Commfort Women’과 소리꾼 오영지의 ‘유관순 열사가’를 연주하며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긴다. 곡 ‘Say It for the Commfort Women’는 미국에서 거주하는 신윤정이 미국 현장에서 바라보는 한일관계의 시각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며 ‘유관순 열사가’는 유관순 열사가 옥중에서 불렀다는 창가다. “3.1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현대음악으로 되짚어 보는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대구의 현대음악 토양은 비옥하다. 다양한 현대음악 단체와 연주회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운영되고 있다. 모던앙상블은 대구 현대음악의 역사의 중심에서 성장해왔다. 해마다 중국, 독일, 영국, 폴란드 등 해외에서 곡을 위촉해왔다. 2009년 중국 샨시 음악대학 초청 연주, 2010년 유럽 다수 국제현대음악제 초청, 2010년과 2012년 독일 제퍼닉 국제현대음악제(베를린)와 2012년 영국 런던 ‘The Warehouse Project’. 2015년과 2018년 폴란드 크라쿠프 국제현대음악제 초청 연주, 2017년 독일 한국 문화원 주최로 베를린에서 가졌던 모던 앙상블 단독 연주회 등은 모던앙상블의 대내외적인 성과다.

연주자와 청중에게는 신선함을, 과거음악과 미래음악을 잇는 가교역할, 다양한 음악의 양산 등 모던앙상블이 지난 20여 년간 성취한 결실은 적지 않다. 특히 한국전통음악과의 접목은 세계 속의 한국현대음악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날 함께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혜가 “모던앙상블이 위촉한 곡들은 초연곡들이 대부분이어서 협업이 중요하다”며 연주자의 입장에서 현대음악의 의미를 짚었다. “작곡가의 곡을 연주자가 일방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듣고 연주자의 의견이 더해지며 곡의 완성도를 높여가죠. 현대음악 연주를 힘들어도 계속하는 이유는 협업의 묘미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석1만원. 010-5858-3737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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