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의약품 100㏄에 160만원, 환자는 피가 마른다
대마 의약품 100㏄에 160만원, 환자는 피가 마른다
  • 한지연
  • 승인 2019.04.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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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약품 수입되고 있지만
보험 적용 안 돼 백만원 ‘훌쩍’
저렴한 건강식품은 통관 불가
외국서 영양제 취급하는 CBD
해외 직구했다가 범죄자 될 뻔
난치병 치료용 합법화 목소리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그 은밀한 유혹 ④ ‘오락’과 ‘생존’의 경계

 
마약류가 소셜미디어(SNS), 은닉 웹사이트 등을 타고 ‘마약 대중화’를 만들어내는 가운데, 의료용 대마 규제완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프로포폴 등 향정신의약품을 비롯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과 불법 마약 투약 등은 의료용 대마를 포함해 마약류 전반에 불신을 가져왔다. 현실 도피나 단순 쾌락을 목적으로 하는 무분별한 마약류 투약 세태로 마약류 유통관리, 취급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신경질환 환자들은 약물 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마약 투약 파문이 의료용 대마 규제완화의 길을 더욱 좁게 한다는 입장이다.

마약법 개정에 따라 자가 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이 일정 부분 가능해졌지만, 환자와 가족들은 오락·도피용 마약보다 치료용에 오히려 접근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며 추가 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오락 또는 도피처’와 ‘생존’의 경계에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같은 성분이라도…가격차 약 8배

지난달 1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마약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해외에서 허가받은 대마 성분 의약품은 전국에 단 한 곳 있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

병원에서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는 대마성분 의약품은 ‘마리놀(Marinol)’, ‘시스매트 캐노메스(Cesamet Canemes)’, ‘시빅스(Sativex)’, ‘에피디올렉스(Epidiolex)’ 등 4종이다. 같은 대마초를 사용해 만든 제품이라도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나 대마추출물 등은 전과 같이 수입이 제한된다.

마약법이 개정되고 한 달 넘게 흘렀지만 의료용 대마를 사용하고자 하는 환자와 가족들은 여전히 치료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100만 원을 웃도는 비싼 약값은 보험적용이 불가능하고, 대마에서 추출한 건강기능식품은 훨씬 낮은 수준의 가격대임에도 구입 통로가 막혀있다. 대표적인 대마오일인 칸나비디올(CBD)오일은 건강기능식품에 속하며 에피디올렉스는 의약품이다. 에피디올렉스는 칸나비디올을 재료로 만들어진다.

이에 국내에서는 불법일지라도 대마추출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의 해외 직구를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강성석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대표는 “의약품 가격이 100cc에 160만 원으로 거의 한 달 월급 수준”이라며 “체중이나 농도에 따라 투약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면 평균 20만 원에서 해결이 가능해 의약품과 8배정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규제완화 현실장벽 ‘철옹성’

국내 제약사의 대마 성분 의약품 제작 승인, 수입 허가 품목 추가 등 의료용 대마 규제완화는 마약법 개정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내 제조를 승인할 경우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가격인하와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소로 꼽혔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국내 제약사들이 승인 여부에 큰 관심이 없을뿐더러 정부로서는 불법유통 발생 시 불거질 문제에 대한 부담감을 끌어안고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정 마약법 시행 후 대마 성분 의약품의 유통이나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의약품 수요 증가 여부 등을 지켜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청하는 환자분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 여론을 수용해 향후 보완점을 고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대마 성분 의약품에 있어 해외 시장이 이미 크게 조성돼 있기 때문에 제조 승인이 되더라도 이익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약품 재료인 대마 수입이나 농장 조성 등은 법적인 문제와도 얽혀있다.

국내 한 병원 관계자는 “약을 수입하는 제약회사가 없고, 한국에서도 수출할 여유가 없어 지금으로서는 현 법안이 최선일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의약품 불법유통 등 관련 사고는 관리의 문제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물질은 사용케 하고 관리·취급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BD, 항암·치매 등서 긍정 효과

의료용 대마 합법화의 단초를 제공한 황주연(45)씨는 대마추출물에 있어 성분 간 명확한 구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마에는 ‘마리화나’라고 불리는 THC와 뇌전증에 효과가 있는 CBD 등 여러 가지 성분이 있다며 CBD는 환각작용이 없는 일종의 ‘영양제’임을 역설했다.

황씨에게는 뇌전증의 하나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있다. 의사인 그는 학술논문 등을 뒤져 칸나비디올(CBD)오일의 효과성을 알아보고 해외 직구를 통해 이를 구입했으나, 지난 2017년 세관에 적발돼 마약 밀수혐의로 입건됐다. 기소유예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CBD오일 사용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불법이다.

황씨는 “CBD는 뇌전증이나 암, 치매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물질이라 여러 나라에서 비타민처럼 팔리고 있다”며 “법 개정 시 CBD와 THC가 구분돼 CBD 전체가 합법화되길 바랐지만 CBD로 만든 의약품 하나만 허가돼 다른 긍정적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BD는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물질도 아닌데, ‘마약류’, ‘대마’라는 단어 뒤에서 음지의 영역처럼 비춰지는 것이 답답하다”며 우선 CBD 합법화만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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