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논란 해결책은 없나
패스트트랙 논란 해결책은 없나
  • 승인 2019.04.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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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처리가 지지부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소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하면서, 국회는 또 다시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합의는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한 여당의 입장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총선에서 의원수 증대가 필요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에 참여한 여야 4당은 지난 23일 신속히 각 당의 의원총회를 통해 합의안에 대한 추인과정을 거침으로서, 이제 공은 특위로 넘어 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공직선거법 개정안)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관련 법 개정안) 전체 위원 수는 각각 18명이고, 패스트트랙 지정은 전체 상임위원의 5분의 3(11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그대로 처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안 추인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은 다른 여야 3당과 달리 극심한 내부 진통 속에서‘당론’이 아닌‘당의 입장’이라는 형태로 합의안이 추인됨에 따라 부결될 수 있는 불씨를 남겨 놓았다. 따라서 사개특위위원인 바른미래당 의원 2명 중에서 한명이라도 당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의 입장을 무시하고 자신 소신대로 반대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왜냐하면 사개특위는 정개특위와 달리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는 한국당 위원이 7명이므로, 바른미래당 소속 위원중 한명만 한국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지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가능지고, 두 법안은 패키지로 묶여 있기 때문에, 정개특위·사개특위 어느 한쪽에서만 부결되어도 패스트트랙으로의 지정이 곤란해진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의원은 “내 소신은 (패스트트랙) 반대지만, 3분의 2가 동의하는 당론으로 결정되면 소신을 접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의 입장을 따르는 건 어렵지 않겠나”라고 발언했다고 전해지고 있고, 실제 24일에는 반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25일 사개특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소위 사보임이라는 것을 통해 오의원을 다른 의원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바른미래당은 더욱 극심한 내분을 겪게 될 것이고, 분당의 길에 들어설 수가 있어 정계 개편이라는 새로운 정국의 혼돈 상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 4당에 의해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에 패싱당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선거제와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는 등 극렬히 반발하면서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의 장외집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25일 국회에 제출되는 추가경정예산안과 각종 민생입법의 처리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등 원활한 국회운영을 기대할 수 없어 이래저래 삶이 고달픈 국민들만 죽을 맛이다.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은 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 뒤에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어 표결이 가능하다. 물론 상임위 안건조정제도와 국회의장 재량을 적용하면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간에 극적인 타협이 없으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과 장외투쟁 불사를 외치는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인해 330일을 다 채울 가능성이 더 많다. 따라서 여야 5당간의 극적이 타결 모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망되고 있다.

이번 신속처리 안건의 지정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주요 골자를 보면 선거제 개편안은 국회의원 정원을 300명으로 하고 지역구 의석은 225석으로 축소하는 한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고,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의 설치와 경찰에 1차 수사권·수사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선거구제 개편에 관한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 제기된 선거구제 개편안이 패스트 트랙 지정되어 처리되면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가장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반대의 강도가 더 강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 패스트트랙으로 처리된다고 해도 내년 3월은 되어야 선거구제도가 확정된다. 당장 4월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3월에 가서 선거구가 확정된다고 하면 총선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정치신인들이나 현직 의원들 중 일부는 또다시 자신이 출마하고자 하는 선거구도 모른 채 깜깜히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웃지 못 할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가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하여 최소한 선거구 개편안만이라도 여야 4당은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의석수를 바탕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여 자유한국당에게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자유한국당도 여야 4당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선거구 개편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무엇이 진정 사표(死票) 없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선거제인지를 여야 4당과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면 허황된 망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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