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다니지 않는 중앙로 하루
차가 다니지 않는 중앙로 하루
  • 승인 2019.04.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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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2015
오용석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지난 3월 15일 전 세계 109개 국 500여 개 도시의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 시위에 나섰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라고 명명된 이 시위는 어른들에게 즉각적인 기후변화대응을 요구했다.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선언문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어른들을 이렇게 비판했다. “어른들은 미래에 관심 없다. 우리 눈앞에서 미래를 훔치고 있다” 학생들은 또 이렇게 묻는다. “왜 존재하지도 않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느냐?”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다. 미래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청소년들의 감수성은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하다.

지구환경보호를 위한 세계 최대 규모 캠페인 ‘지구의 날’은 미국의 한 청년으로부터 시작됐다.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계기였다. 당시 하버드대학교 학생이었던 ‘데니스 헤이즈’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범시민 행동으로 지구의 날을 준비했다. 이듬해부터 매년 4월 22일은 전 세계 190개국에서 10억 명 이상 참여하는 세계적인 환경 캠페인이자 축제의 날이 됐다.

한국에서는 1990년 서울에서 처음 열렸다. 대구는 1991년 4월 28일 처음으로 지구의 날을 기념하였다. 매년 신천둔치, 동인공원, 동성로 등에서 진행되던 행사는 2000년 획기적인 도전을 시도했다. 단 하루라도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를 도로에서 몰아내고 그 도로를 본래의 주인인 인간이 차지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당시 중앙로는 자동차로 꽉 찬 왕복 4차선으로 한시라도 차를 못 다니게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2000년 지구의 날, 중앙로를 차단하고 24시간 ‘차 없는 거리’를 실현했다. 대구 시내에서 가장 붐비는 도로에 자동차가 사라진 풍경은 그 자체로 놀라웠다. 자동차 소음과 배기가스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시민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대구YMCA·대구환경운동연합·대구녹색소비자연대 등 지역 주요 시민단체들이 지구의날 대구위원회를 구성했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사무국을 맡아 100개 이상 지역 NGO와 기업, 행정기관,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 시민환경축제로 성장시켰다.

올해도 4월 28일 일요일 0시 시민들이 중앙로를 접수한다. 그리고 단 하루, 지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르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차 없는 거리, 미세먼지 없는 대구’가 올해 행사의 주제다. 굿바이 미세먼지를 주제로 시민과 얘기하고 느끼게 해 주고 알게 해 준다. 자전거로 이동하며 매일같이 자동차 꽁무니에서 나오는 매연을 보면 인간이 기피하고 싫어하는 환경오염이라는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지구의 날이 다가왔다. 4월 28일 하루라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차 없는 거리 중앙로에 와서 더 깨끗해진 지구와 우리 대구를 한 번 꿈꿔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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