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는 정치의 산물이다
보수와 진보는 정치의 산물이다
  • 승인 2019.04.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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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보수와 진보의 경계는 어디일까? TK는 모두 보수일까? 보수와 진보를 구별하는 확실한 잣대는 있을까? 요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보수는 변화의 거부, 안정된 체제를 추구하고 진보는 기존체제의 비판,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 관념이다. 젊은이들이 가끔 나이 많은 사람을 꼰대라고 지칭하면서 반의를 표할 때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진보와 보수를 적용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필자의 칼럼을 서울 사는 후배학자에게 보낸 일이 있는데 대구의 TK 골수 선배가 쓴 글이라는 사족을 붙여 그 글을 퍼 날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살펴보았다. 나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강변한 적이 없는데 내 글에서 보수 냄새가 난 것일까. 그러면 나는 보수 인가? 그 물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보수와 진보의 행태를 번갈아 보일 때가 있다. 원초적으로 정치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진보나 보수를 강조하는 2분법은 정치적 산물이며 체제속의 환경변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는 이념과 철학, 사상의 깊이를 보고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들은 극단적인 보수와 진보의 정치이념 속에 갇혀 있다. 자의든 타의든 부지불식간에 보수 지향의 우파와 진보 지향의 좌파 어느 한쪽에 편 갈라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해도 어느 한쪽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선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할 수도 있지만 표현되지 않는 마음 한편에는 보수와 진보간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야누스의 양면성, 중용이 동원되더라도 체제 환경을 저버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다. 보수와 진보는 정치집단의 이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지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진보의 색채가 그 어느 때보다 국정 전반에 걸쳐 뚜렷이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진보성향을 띈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그렇지는 않았다. 이 정권에서는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사회체제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여태껏 체험하지 못한 급진적인 변화에 보수 측에서는 많은 저항을 보인다.

문재인 정권을 진보 좌파 성향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꽤 있다. 보수 쪽에서 좌파를 적대시 하는 풍조는 북한체제를 연상하는데서 비롯된다. 좌파와 우파라는 이름은 프랑스 혁명 때 공화파와 왕당파의 자리배치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국가안보 측면에서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는 우파, 진보는 좌파라고 보는 획일적 시각은 절대 옳은 것은 아니다. 보수 중에서도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다수가 있고 진보 가운데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측이 있을 수 있다. 정치이념에서 떠나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진보집단이 정권을 잡더라도 국민생활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는 생각지 않고 무덤덤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보가 눈에 띄게 좌편향 되고 있음을 정신과 몸으로 느낀다. 최저임금, 문제인 케어로 인한 보편적 복지, 증세 등은 국민 경제생활은 물론 정치 이념면에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진보성향의 문 대통령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체제 전반에 걸쳐 강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다각적인 변화를 보수국민들이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지만 강력한 진보정책에 보수가 늘 밀리는 형국에서 국민통합은 매우 어렵게 보인다. 정치권의 왜곡현상을 걱정하고 비판하지만 국민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그나마 기댈 곳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뿐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말로는 국민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진보나 보수정당이 다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1일 부활절 대구연합예배가 대구스타디움에서 있었다. 그날 대구출신 국회의원들이 거의 다 참석한 것을 보았다. 예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보수를 끌어안고 오로지 자기 살길만을 찾는 사람들이다. TV에서 보수정당이 많은 군중을 동원하여 진보정권을 규탄하는 장외투쟁 장면을 오랜만에 보았다. 보수당의 당대표가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난하자 진보정당의 대표가 마주치고 나온다. 진보와 보수는 정치의 산물임을 실감한다. 아무리 좋은 진보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벗어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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