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 나이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영화 '미성년', 나이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 배수경
  • 승인 2019.04.25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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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 감독 데뷔작
불륜에 흔들리는 두 가정
섬세한 이야기로 그려내
신인 김혜준·박세진 열연
코믹 요소 많아 ‘웃픈’ 영화

 

미성년(未成年)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나이, 법적으로는 만 19세 미만을 뜻한다.

영화 ‘미성년’에는 17살 고등학교 1학년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 두 명의 미성년 소녀가 등장한다.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소녀는 그들의 아빠와 엄마 때문에 얽히게 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던 두 가정의 일상이 흔들리게 된 것은 바로 불륜 때문이다. 영화는 화목했던 가족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비밀과 거짓말, 그것이 들통이 난 후의 일들을 다루고 있다.그렇지만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흔하게 연상되는 뻔한 전개(이를테면 고성이 오가고 머리를 뜯는 몸싸움이라던가 눈물을 짜내는 신파)는 없다. 덕분에 영화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영화 제목 속 ‘미성년’은 고등학생 두 소녀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성년이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 미성년이지만 오히려 어른스러운 소녀들의 이야기다. 한 남자와 그와 직접 간접으로 관련이 된 네 명의 여자, 각각의 캐릭터에 집중한 이야기는 놀랍도록 섬세하다.

 

 

영화 ‘미성년’은 카리스마 있고 선 굵은 연기의 대명사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이다. 2014년 대학로의 연극을 본 후 5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영화화한 작품이다. 자신의 감독 데뷔작에 직접 출연한 그는 평소의 강한 이미지를 벗고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주리의 아빠 대원 역의 그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해명이나 진심어린 사과보다는 그저 회피하기에만 급급하다. 어쩌면 그가 바로 영화 제목이 말하고 있는 ‘미성년’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진짜 어른스러운 어른은 영주(염정아) 한 사람 정도다. 남편의 불륜에 대처하는 그녀의 모습은 침착하고 의연하다. 영화 ‘미성년’에는 남자 감독이 이토록 섬세하게 여자의 마음을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장면이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후 영주가 통장과 집문서, 딸의 돌반지 등을 꺼내놓고 살펴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혼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통장과 집문서 어느 것 하나 영주의 이름으로 된 것이 없다. 대부분의 여자 관객들이라면 공감할 내용이기도 하다.

김윤석, 염정아, 김소진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500대 2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신인배우 김혜준과 박세진의 연기는 놀랍다. 부모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그 결과로 태어난 아이를 돌보고 책임지려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미성년인 그들이다.(미성년을 연기한 그들은 실제로는 23살, 24살이지만 영화 속 그들은 고등학생 그 자체로 보인다.) 30번을 뜯어고친후 탄생했다는 결말은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들 나름의 기억 방식이라 생각하고 보면 좋겠다.

이희준, 김희원, 이정은, 염혜란 등 잠깐의 등장으로도 눈길을 잡아끄는 연기파 배우들도 반갑다. 주제는 심각하지만 의외로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아 한마디로 ‘웃픈’ 영화이다.

96분의 상영시간에 질질 끌지않고 담백하게 끌고 나가는 영화는 꽤 흥미롭다. 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영화라는 평이 이어지는 이유다. 평론가와 실관람객의 호평을 얻고 있지만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다. 영화계에서 비수기로 꼽히는 4월 개봉에 하필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맞닥뜨려 이번주가 지나면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워진다. 배우가 아닌 감독 김윤석이 풀어내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 놓치지 말자.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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