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얼굴만 보이나요?… 웃는얼굴아트센터, 인형의 꿈展 한승훈 작가
사랑스러운 얼굴만 보이나요?… 웃는얼굴아트센터, 인형의 꿈展 한승훈 작가
  • 황인옥
  • 승인 2019.04.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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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피부의 바비인형 같은 소녀
긍정과잉 시대 공허한 개인 투영
한승훈 작품-1
한승훈 작가가‘Time to Blossom’ 연작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련된 옷차림에 큰 눈망울을 한 소녀가 커피를 마시거나 독서를 하고 있다. 매끈하고 고운 색채와 소녀의 몸을 치장한 액세서리에서 풍요로움이 넘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그런데 거슬린다. 비현실적으로 새하얀 피부와 비율이 맞지 않는 입과 코와 눈의 조합에서 현실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흡사 인형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작가 한승훈이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텅빈 플라스틱 인형을 표현했다”고 했다.

한승훈(사진)이 공병훈과 함께 웃는얼굴아트센터 가정의달 특별기획전 ‘인형의 꿈’전을 최근에 시작했다. ‘Find the Way’, ‘Time to Blossom’등의 연작을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전시를 꾸렸다.

전 세계에서 2초마다 1개꼴로 팔린다는 바비인형은 소녀들의 꿈과 욕망을 대변해왔다. 소녀들은 비현실적으로 날씬한 몸매와 섹시함을 강조한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며 예쁘고 성공한 자신들의 미래를 상상했다. 그렇다면 작가 한승훈이 인형을 닮은 소녀에 투영한 의미는 무엇일까? 일단 느낌은 다르지만 바비인형 같은 비현실적인 외모가 눈길을 끈다. 지나치게 사랑스럽고 예쁘다. 그러나 힘없는 눈망울과 굳게 다문 입술에서 외로움이 스친다. 바비인형의 완벽한 겉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무엇이 소녀를 외로움으로 내몰고 있을까? 작가가 “현대인의 공허함”을 언급했다.

“겉이 화려할수록 내면은 더 공허할 수 있죠.”

역사 이래 세상의 흐름이 지금보다 빨랐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물질은 풍족하고 기회는 늘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일부 또는 절대다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에 숨이 차다. 긴장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기 십상이다. 작가가 작금의 시대를 “너도 나도 다 원하면 가질 수 있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과잉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막상 널려있는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의미로 들렸다.

“무한한 가능성과 내 능력 사이에는 분명 괴리가 존재해요. 이 상대적 박탈감이 허탈과 공허로 빠지게 하죠.”

초기에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과장된 어법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비극을 희극으로 풀어내면 외로움이 희석될까” 싶어 반어법을 선택했다. 공허함을 역설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오히려 전체적인 느낌을 화려함으로 갔다. 절망을 희망으로 치환한 것. 그러나 그것 또한 위로가 되지 못했다. 화려해질수록 상대적이고 극단적인 기분이 더 엄습해왔다. 그래서 또 한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비틀지도, 과장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우리의 모습과 소녀의 모습을 오버랩하면서 감상자가 자신의 모습을 대입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어요.”

초기에는 남성미가 풍겨나는 중성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그러나 메시지 전달력에서 여성적인 이미지가 주효하다는 판단에서 여성미 뿜뿜 풍기는 소녀로 전환했다. 주제 부각을 위한 선택인만큼 소녀의 외향은 철저하게 우리시대의 보편 얼굴을 추구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에 SNS를 많이 참고해요. 요즘 젊은이들의 대표격인 인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죠.” 5월 10일까지. 053-584-872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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