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년 갈망했던 ‘꿈의 도전’ …지역의사, 서구에 갤러리 연다
수 십년 갈망했던 ‘꿈의 도전’ …지역의사, 서구에 갤러리 연다
  • 황인옥
  • 승인 2019.04.29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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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절 서예 남다른 ‘두각’ 보여
의대진학으로 접었던 예술의 길로
행복 찾아 문화예술계 늦깎이 입문
“사회 보탬되는 의미있는 일 하고파”
 
금주섭 원장
금주섭 원장

 

예술공간 운영 ‘도전장’ 금주섭씨…내달 1일 ‘갤러리 더키움’ 개관


‘의사들’의 ‘부인들’이 ‘미술’과 인연을 맺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탄탄한 재력을 기반으로 콜렉터로 활동하며 미술시장의 공격적인 세력을 형성해왔다.  이들 중 일부는 갤러리를 직접 운영하며 미술의 중심으로 훅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의사들이 전시장을 찾거나 콜렉터로 활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의 부인들처럼 외향적이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미술시장을 흔든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아직은 그들이 갤러리를 직접 개관하고 운영에 참여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적어도 대구경북에서는 그렇다.

금주섭(사진) 청구의원 원장은 그런 점에서 돌연변이다. 내달 1일 대구 서구에 갤러리 더키움 (The Keum·대구 서구 서대구로 74)를 개관하고 직접 운영에 뛰어든다. 지역 중견작가 권기철의 ‘어이쿠, 봄 간다!’를 개관전으로 연다.

금주섭 갤러리 더키움 관장이 “오래 망설였던 일을 더 늦기 전에 해 보려 한다”며 개관 소감을 전했다.

갤러리 리모델링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27일 만난 그가 “곧 60대에 접어드는데 나도 즐겁고 세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갤러리 운영은 38년간 의료계에 몸담으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혀온 것의 연장이라고 봐요.”

금 관장이 갤러리 운영을 결심하기까지는 적잖은 산고가 있었다. 사실 그는 갤러리스트보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고 싶었다. 그러나 환자치료와 그림을 병행하기에 역부족임을 깨닫고 갤러리 운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이면에는 그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자리했다. 금 관장은 초등학교 때 서예를 시작해 중학교까지 서예부에서 활동하고, 고등학교 때는 미술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미술반 활동을 했다. 청소년기 시절을 미술계의 꿈나무를 자처하며 살았던 것. “서예에 남다른 재능을 발견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담임교사가 제자 금주섭이 쓴 붓글씨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도 단위의 사생대회에 추천했고, 첫 출전에 금 대표는 1등상인 특선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대회에서 큰 상을 수상하며 서예의 매력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제가 서예의 아이콘이 됐고, 자신감도 커졌어요.”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앞두고 의과대학과 미술대학의 갈림길에서 금 대표의 고민은 깊어갔다. 그는 특이하게도 문과와 이과 모두에 뛰어났다. 예술적인 재능도 남달랐지만 학업성적도 상위권을 내달렸다. 결국 고민 끝에 의대로 진학하면서 미술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의사 금 관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한양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 강북삼성병원에 7년 동안 재직하며 환자 치료와 성균관의대 교수를 병행했다. 8년째 되던 해 1년 코스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팰러앨토에 있는 스턴퍼드 대학에 연수를 떠났다가 사표를 던지고, 그 후 3년을 더 가족들과 함께 미국생활을 했다. “선진 시스템을 갖춘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매력이 4년간 저를 붙잡았어요. 1년간 떠난 연수가 제 삶을 송두리째 흔든 거죠.”

미국 생활 4년을 청산하고 자리를 잡은 곳이 대구다. 경북 봉화에서 나고 영주에서 학교를 다녀 대구에 연고가 없는 그가 대구에 정착한 것은 대구 출신인 부인 구자란(한양내과) 씨의 영향이 컸다. 아내 역시 의사다. 부부는 대구에서 정형외과와 내과병원을 개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림을 다시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병원이 안정되면서 그림에 대한 열정이 고개를 내밀었다. “고등학교 때 함께 미술부에서 활동한 후배가 추상화가 권기철과 서예가 김동진이었어요. 그들이 중견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림에 손을 놓은 시간도 길고, 기본기도 딸렸다. 그러나 그에게도 무기는 있었다. 작품 보는 안목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때마침 부인이 운영하던 병원 건물을 인수하면서 일을 저질렀다.

서구에서 유일한 갤러리로 관심을 모으는 갤러리 더키움은 본관과 부속관 등으로 구성된다. 3층을 제1관 전문 갤러리로, 토탈 에스테틱 공간으로 운영되는 5층에 제 2관인 부속 갤러리를 운영한다. 갤러리가 안정된 이후 약 3년 정도 지난 후에는 옥상에 4면이 통유리로 된 2층 높이의 유리상자 갤러리도 구상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 전시를 중심으로 하되, 미국과 유럽 작가들 전시도 병행할 계획이다. “여건이 되면 작더라도 뉴욕과 유럽에도 공간을 마련해 유수한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소개하고 싶어요.” 갤러리 더키움 개관전인 권기철 작가 전시 개막식은 1일 오후 6시. 053-561-7571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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